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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3 18:23 수정 : 2005.05.13 18:23

윤 금감위원장 “승자의 재앙 올 수도” 경고
주택담보대출·증권수수료 ‘제살깎기’ 우려

금융시장이 ‘붉은 바다’로 변할 수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권의 과당경쟁이 시장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를 날렸다. 13일 금융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주요 금융기관장 조찬모임에서 그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금융회사가 오히려 곤경에 처하는 ‘승자의 재앙’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정된 수요에서 보다 큰 점유율을 얻기 위해 경쟁자를 이기려고 전쟁을 치르다 보면 시장이 ‘붉은 바다’로 변하고 다같이 공멸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권에서 한정된 고객들 두고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역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권거래, 펀드 투자 등을 꼽았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의 제살깎기식 경쟁에 대해서는 이미 은행 내부에서도 ‘한계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을 줄이면서 대출을 늘리라는 은행 본점의 방침에 따라 가장 부실률이 낮은 주택담보대출 쪽을 너도나도 확대하고 있다”라며 “영업점마다 목표치를 정해 놓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또 서울 강남의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강남 재개발지역 부동산시세가 덜먹거린 뒤에는 대출금리를 3%대 후반까지 낮춰주는 곳도 있다”면서, 과당 대출경쟁이 은행권의 출혈 뿐만 아니라 부동산값 상승의 한 요인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의 무분별한 경쟁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으나 은행들의 대출행태는 그대로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라고 감독당국에서 요구하지만 아파트 매매값을 상한선으로 쳐서 대출한도를 높여 잡는다든지, 소액보증금을 보증보험으로 상쇄한다든지 해서 대출한도를 계속 늘리고 있다”며 “파이는 같은 데 나눠먹자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회사들도 과도한 약정경쟁과 온라인거래의 확대로 지난 97년 0.5% 안팎이던 거래수수료가 지금은 0.05~0.15%까지 떨어져 수익성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또는 시장은 한정된 가운데 업체수가 꾸준히 증가해 운용수수료 낮추기 경쟁이 치열하다. 예를 들어 전체 펀드수탁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수료는 최근 2~3년 사이에 0.3~0.4%에서 0.1%까지 떨어졌다.

윤 위원장은 “금융회사들도 이제는 가치 혁신을 통해 경쟁과 무관한 ‘푸른 바다’(블루 오션)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수익과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더 좋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면 임직원들의 동기유발 효과도 클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공공성과 ‘기업시민 의식’을 강조했다. 업계의 현실이 따라줄지 미지수이다.


박순빈 김성재 안선희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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