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2 19:37
수정 : 2009.03.22 23:25
|
금융원 단기 부동자금 증감 추이
|
“과도한 쏠림…초인플레 등 불안 요인”
머니마켓펀드는 5개월만에 3배 급증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히 불어난 단기부동자금이 곧 8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부동자금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경기 상황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면 어디로든 튈 수 있는 자금인 만큼 금융시장에서는 ‘화약고’로 불린다.
22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시중 단기자금은 지난달 말 현재 784조7천억원이다. 단기자금은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권형 펀드, 요구불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와 같은 은행권의 시장성 수신,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고객예탁금 등 만기가 1년 미만인 상품에 들어 있는 자금을 뜻한다.
단기자금 규모는 2006년 말과 2007년 말 각각 611조원과 665조8천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 749조2천억원으로 급증했다. 단기자금은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뒤 국내 금융시장이 급격히 혼돈에 빠지면서 불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대표적인 단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는 지난해 9월 이후 올 2월까지 5개월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폭증세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단기자금 급증 속도에 비춰, 3월 말까지는 단기부동자금이 80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머니마켓펀드와 종합자산관리계좌엔 이달 들어 19일 현재까지 각각 4조원과 2조원이 새로 유입됐다.
이런 단기자금 폭증 때문에, 주식시장에선 넘쳐 나는 돈으로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단기자금 성격상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힘든 속성 탓에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회사 사장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단기부동자금이 과도할 정도로 쏠리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 회복기에 자칫 초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는 등 우리 경제에 잠재적 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불가피하게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낮추고 있지만, 수년 안에 나타날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할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반 여건상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한국은행의 자금공급이 만기나 수단별로 다양해져야 하고,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