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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1 11:34 수정 : 2009.04.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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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휴대전화 위치확인 연결 실패해도
“연결하시겠습니까?” 데이터통화료 물려

‘위치 확인이 안됩니다. 연결을 시도하시겠습니까?’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윤아무개씨는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참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이 메시지는 아이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하는데 실패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초등학생 아이의 휴대전화 위치를 정해진 시간마다 자동으로 부모 휴대전화로 통보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돼 연결 버튼을 누르게 된다. 연결하면 무선인터넷에 접속되는데, 아이의 현재 위치와 관련해 추가로 주는 정보도 없으면서 데이터통화료를 발생시킨다. 휴대전화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 이유는 단말기가 꺼져 있거나 서비스 지역을 벗어난 경우이다. 윤씨는 “위치정보 확인에 실패했다면서 왜 연결을 유도해 데이터통화료를 물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녀 위치가 확인 안되면 불안해하는 부모 마음을 이용해 데이터통화료 매출을 올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통신업체들의 매출이 정체되면서 ‘얌체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얌체 행위를 해서라도 한명의 가입자라도 더 늘리고,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푼의 매출이라도 더 올리자는 것이다. 대부분 ‘고객 가치 제고’ 내지 ‘고객 눈높이 서비스’란 명분을 달고 있다. 마케팅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속셈은 매출을 더 올리자는 것이다. 얼핏 보면 고객을 위한 것 같은데, 돌아서서 생각하면 “당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수리기사 방문때 여성상담원 함께 보내
편안한 서비스? 결합상품 교체·가입권유


인턴사원 수백명 뽑아 영업현장에 배치
현장체험 기회? 실적 미끼로 남는 장사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는 최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유지보수 신청을 하면 장애처리 담당 직원과 ‘행복코디’를 함께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행복코디는 모두 여성이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주부 등 여성 고객이 편안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업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제공되고 있는데, 곧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행복코디가 동행하는 목적은 결합상품 마케팅을 하기 위한 것이다. 유지보수 신청을 받아 초고속인터넷 고객의 집에 들어간 김에, 해당 고객의 집전화·인터넷텔레비전과 가족들의 휴대전화까지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에스케이텔레콤 것으로 바꾸게 하는 것이다.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겠다고 말을 꺼내, 집전화와 휴대전화가 어느 업체 것이고, 어떤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공략한다. 상담 내용은 나중에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케이티(KT)는 최근 인턴사원을 403명 뽑았다. 케이티는 인턴사원 가운데 100여명을 영업현장에 배치해, 유·무선 결합상품 영업을 맡기기로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취업 예정자들에게 현장 체험 기회를 주고,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근무 성적이 좋은 인턴사원들에게는 정규직 채용 때 가산점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케이티 인턴사원 채용에는 403명 모집에 2306명이 몰려 5.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석사 출신도 75명이나 신청했다.

하지만 인턴사원을 결합상품 영업에 투입하기로 한 것 때문에 뒷말이 많다. 인턴사원 본인과 가족, 친척, 친구, 동문 등을 유치하려는 속셈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근무 성적이 좋으면 정규직 채용 때 가산점을 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으니, 인턴사원 본인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친척과 친구들은 취직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나설 것이란 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케이티는 인턴사원들에게 월 100여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가입자 한 명을 유치하는 데 20만~40만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쓴다. 케이티 쪽에서 보면, 인턴사원이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월 평균 3명 이상만 유치하면, 인턴사원에게 나가는 인건비를 빼고도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케이티는 인턴사원을 6개월 뒤 다시 400명을 뽑고, 여름과 겨울 방학 때는 각각 200명의 단기 인턴사원도 뽑을 예정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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