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운용사 ‘비용 줄이기’ 편들어 투자자 외면
새롭게 바뀐 자산운용보고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와 금융감독당국은 효율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개편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증권사나 펀드평가사 쪽에선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조처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8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자산운용사들에게 자산운용보고서 작성 및 제공 요령을 담은 안내서를 발송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해 투자자들에게 보내게 된다. 이 안내서에 따르면 자산운용보고서에 주식은 상위 5개 종목과 총 발행 수량의 1% 초과 종목을, 채권이나 어음 등도 상위 5개 종목만 명시해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 내용이 자산운용보고서에 빠짐없이 기재돼 왔다. 이번 조처는 업계의 민원을 금융당국이 수용한 측면이 다분하다. 그 동안 자산운용업계는 30~40장이 넘는 운용보고서 작성과 우편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비공개적으로 금융당국에 여러 차례 제시해 온 바 있다. 한 해 500억원에 이르는 보고서 작성과 배포에 들어가는 비용은 과거에는 해당 펀드 투자자들이 지불해왔지만,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그 비용부담이 자산운용사로 넘어왔다. 이와 함께 자산운용사들이 각 펀드별 상위 10개 종목을 펀드 평가사에 통보하는 시점이 기존 한 달에서 두 달로 늦춰진 것도 논란거리다. 유명 펀드의 운용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베끼기 펀드’가 나타나는 등 자산운용사의 운용 노하우가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이지만, 펀드 평가 작업을 하는 펀드 평가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투자자보다 운용사 입장을 먼저 고려한 것”이라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선 투자자에게 더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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