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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자재 펀드 수익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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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에 직접 투자하지 않아…파생상품 투자가 중심
원자재 펀드, 주식형-지수형 따라 수익구조 달라
“어, 왜 이렇지?”
해외 출장이 잦은 김아무개(35)씨는 최근 지난 3월에 가입한 원유 펀드 수익률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국제 원유값은 50% 이상 뛰었는데, 펀드 수익률은 그 절반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은 운용사가 아닌 김씨에게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탓에 원유값이 바닥을 찍자 올해엔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은 적중했지만, 정작 펀드 수익 구조에 대해선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펀드 특성을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판매사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올들어 원유는 물론 금·구리 등 주요 원자재값이 모두 오르면서 원자재 펀드에 많은 돈이 몰렸다. 15일 현재 국내 판매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원자재펀드 74개의 설정액은 1조2389억원으로, 올해 들어 4천억원 이상 새로 유입됐다. 반면, 펀드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왜 그럴까.
일단 원유 펀드부터 살펴보자. 국내 판매되는 원유 펀드는 모두 원유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다. 편입 자산을 보면 서부텍사스산유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선물 등 파생상품과 채권이 중심을 이룬다. 원유 가격 상승률과 펀드 수익률 간의 차이는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셈이다. 특히 선물 거래에서 빚어지는 ‘롤링 효과’는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소다. 선물 만기가 임박해 근월물 선물을 원월물로 교체(롤링)하는 과정에서 원월물 가격이 더 비싸면 펀드에 손실이 발생한다.
예컨대 원유 7월 인도분 가격이 65달러인데, 만기를 맞아 교체하려고 하는 9월 인도분 가격이 70달러이면 펀드는 5달러만큼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보다 비싸기 때문에 펀드는 롤링 효과의 덕을 보지만, 원유값이 급등할 땐 근-원월물간 가격이 역전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펀드는 손실을 입게 된다.
천연가스나 구리 등 기타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도 다양한 특성이 있다. 크게 주식형 원자재 펀드와 지수형 원자재 펀드로 나뉜다.
먼저 주식형 원자재펀드는 실제 원자재값보다 편입한 종목의 주가나 그 종목이 속한 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원자재값은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지 펀드에 편입한 종목의 주가만 크게 오르면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 주식형 원자재 펀드도 높은 성과를 낸다. 실제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주식형 원자재 펀드가 차지했다.
지수형 원자재 펀드는 여러 원자재값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원자재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그만큼 증시 흐름보다는 원자재 시장 자체에 더 영향을 받는다. 다만, 원자재 지수 자체가 여러 원자재 값에다 비중을 둬 산출되기 때문에 특정 원자재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펀드 수익률은 나오지 않는다. 예컨대 ‘로이터-제프리 시아르비(CRB) 지수’에서 구리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리값이 많이 오르더라도, 이 지수를 추종하는 원자재펀드의 수익률은 구리값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김종철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주식형은 주가 급등락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면, 지수형은 높은 수익률은 가져다주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낸다”면서 “다만, 최근 들어 원자재값이나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탓에 펀드 수익 전망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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