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업종, 실적호전 전망 두드러져
하반기엔 수출주보다 내수주 강세 예상
국내 증시가 한고비를 넘고 있다. 5월말을 끝으로 3월말부터 시작된 유동성 장세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한 달 남짓 1400선 부근에서 횡보 중이다.
하반기 전망은 갈린다. 경기 회복 쪽에 무게를 두면서 추가 상승을 예견하는 목소리와 인플레이션과 더딘 경기 회복을 근거로 국내 증시가 또 한차례 시련을 받을 것이란 비관론이 맞서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앞으로 한 달 여 동안은 위·아래 어느 쪽으로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게걸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 기간 동안 상반기 과도하게 올랐던 종목은 주가가 빠지고,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종목은 오르는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종목 가리기의 기본은 실적이다. 주가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내재 가치를 반영한다면, 실적이 좋은 기업이 주가도 좋은 성적을 내기 마련이다. 결국 실적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거나 실적에 견줘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 앞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부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업종은 단연 전기전자(IT) 업종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주마다 해당 종목의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는데, 가장 빠르고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는 업종이 바로 전기전자 업종이다.
29일 <한겨레>가 동양종금증권을 통해 각 증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수정 내역을 알아보니,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지난 3월21일에 전망한 2분기 영업이익은 -4109억원이었으나, 매주 상향 조정돼 지난 13일 전망에선 1조595억원 흑자를 낼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여 만에 실적 전망이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180도 바뀐 셈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기전자 업종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국내 대형 반도체·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9월 이후 불어닥친 금융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업종 내 구조조정의 승자임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 디(D)램 반도체 시장의 경우 독일계 회사 키몬다의 파산과 지지부진한 대만업체 간 인수합병 탓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올라가고 있다. 휴대폰 역시 세계 1위 제조사인 노키아는 물론 세계 4, 5위인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각각 1년만에(각 년도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이 각각 2.3%포인트, 0.6%포인트 올랐다.
정명지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유동성 장세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국내 증시는 앞으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으로 올라가는 ‘그들만의 리그’가 예상되는데, 가장 선두가 바로 전기전자 업종”이라며 “지난해 4분기 저점을 통과한 이후 2분기에 드라마틱한 흑자 반전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주도 눈여겨봐야 한다. 올 상반기는 고환율이란 환율 효과 덕택에 수출주 중심의 랠리가 진행됐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환율 하향 안정세 영향으로 수출주보다 내수주가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증권이 원-달러 환율 추이와 수출주 대비 내수주 간의 주가 추이를 비교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 4월말 이후 내수주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승빈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50선 대 까지는 수출주 우위였지만, 그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차 내수주의 주가 탄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내수주 중에서도 하반기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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