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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1 21:30 수정 : 2009.07.21 21:32

지난 20일 코스피지수는 1478.51로 지난해 9월26일(1476.33) 이후 처음으로 1470선을 돌파했다. 이날 장 종료 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증시 어디로]
중국 대규모 경기부양·내수성장 힘입어
선진시장과 엇갈리는 ‘상승탄력’ 보여
“미국 침체로 중국성장 제한적” 시각도

요즘 주식시장에선 디커플링(탈동조화) 논쟁이 한창이다. 올 상반기에는 천문학적으로 풀린 유동성과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세계 증시가 한결같이 오르다가, 이달 들어선 아시아 증시와 선진 증시의 행보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디커플링 논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 결과는 디커플링을 주장하던 쪽의 패배로 나타났다.

전세계 증시 역사를 돌아보면, 증시 향방의 열쇠는 대개 미국이나 유럽이 쥐고 있었다. 이들 나라의 경제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해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구조가 수출 중심으로 짜여 있던 탓에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바로 개발도상국 경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즉 커플링(동조화)은 구조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셈이다.

커플링의 구조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바로 중국의 빠른 성장세다. 마오쩌둥 이후 가장 오래 중국 정치를 주도했던 덩샤오핑이 남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언명은 1970년 중반 이후 중국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이끌었다.

물론 1990년대 말까지 중국은 여전히 ‘잠룡’ 수준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드넓은 영토를 가진 탓에 성장 잠재력은 어느 나라도 따를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자본주의 도입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문화적 갈등은 중국의 자본주의화에 매번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 등 혁명 3세대가 2000년대 들어 정치 무대를 주름잡으면서 중국의 자본주의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2000년엔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중국 경제 비중은 3.7%에 그쳤지만, 2008년엔 7.3%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 경제 비중이 30.5%에서 23.5%로 7%포인트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세계적 차원의 구조 변화는 미국 경제가 수렁에 빠질 때마다, 혹은 중국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때마다 디커플링 논쟁을 낳았다. 지난 2007년 상반기 중국 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가 미국 등 선진시장의 수익률을 크게 앞지르자, 상당수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100여년이란 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는 물론 국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중국 투자를 늘리고, 중국 투자 펀드가 날개 돋친 듯 팔린 것도 바로 이 시기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에 중국마저 무너지면서 디커플링 논쟁은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 비중 및 세계 GDP에서 각국이 차지하는 비중

최근 들어 다시 디커플링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일단 주가는 디커플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중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증시도 올 상반기보단 상승 탄력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이 빠르게 가라앉는 것에 견주면 탄탄한 체력을 보여준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미국(S&P500)과 일본(닛케이225), 영국(FTSE100), 독일(DAX)의 증시는 지난 3월 이후 고점 대비 하락률이 10%를 훌쩍 넘고 있지만 중국(상하이종합)은 물론 중국 영향권 아래에 있는 한국(코스피), 홍콩(항셍), 대만(자취안) 증시는 모두 10% 내에 머물고 있다.

디커플링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동안 중국과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운데다 은행 대출축소(디레버리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수출이 부진한데도 정책 당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내수 성장세가 놀랍다는 것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 주택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향후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게다가 최종 소비처인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 비중을 늘려가는 등 소득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철도와 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투자가 각각 전년 대비 110.9%, 60%에 이를 정도로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지난 5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5.2%나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의 나홀로 성장은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의 성장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구매력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등 큰 틀에선 디커플링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시아의 디커플링이 지금인가라는 주장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미국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는 동아시아 경기의 회복은 절름발이”라며 “하반기엔 미국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동아시아 지역의 경기는 둔화 국면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디커플링이란?

우리말로 탈동조화를 뜻한다. 과거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던 국내 주식시장이 때때로 미국 증시 흐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때 증시 전문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용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중국 증시 흐름을 추종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디커플링이라는 말은 최근에는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의 연관성은 약해지는 대신 중국 증시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때 주로 쓰이기도 한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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