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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급감…“승용차로 유턴” 최근 몇년 사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던 스포츠실용차(SUV)에 급제동이 걸렸다. 자동차세 상승과 경유값 인상이란 폭풍에 부닥친 탓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스포츠실용차의 거품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내수시장에서는 스포츠실용차와 미니밴 등을 일컫는 레저용 차량(RV) 판매가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 승용차 판매는 늘어났다. 자동차 구매행태가 스포츠실용차에서 승용차로 돌아오는 이른바 유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국내에서 판매된 레저용 차량은 2만6906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640대에 견주면 33.8%, 전달에 비해서도 5.7% 줄었다. 그러나 승용차 판매대수는 5만1301대로 지난해 4월(4만3643대)에 견줘 17.5% 늘었다. 전반적인 자동차 내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 것은 스포츠실용차의 거품이 빠지면서 생긴 수요가 승용차로 옮겨온 덕분이라고 봐야한다. 1~4월 누계 실적을 봐도 승용차는 18만3697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16만8939대)에 비해 판매량이 8.7% 늘어났고, 레저용 차량은 10만3711대로 24.6% 뒷걸음쳤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고유가와 주5일 근무제 등 영향으로 레저용 차량의 인기가 치솟았던 것과 뚜렷히 대조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경유값과 7~10인승 차량 세금 인상 여파로 레저용 차량의 경제적 매력이 줄어들면서 가격대가 비슷한 중대형 승용차로 수요가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레저용 차량의 비중은 지난해 44%까지 치솟았다가 올 들어서는 31%로 뚝 떨어졌다. 업계서는 오는 7월부터 경유값이 단계적으로 오를 것을 감안하면 레저용 차량의 퇴조 속에 승용차가 반사이익을 얻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크본드 신세로 추락한 지엠과 포드의 위기가 과도한 경영 부담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두 회사의 주력 상품인 대형 스포츠실용차 판매량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13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990년대 미국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던 거위로까지 불렸던 스포츠실용차의 거품 붕괴를 우려해야하는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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