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30 19:10
수정 : 2005.05.30 19:10
경쟁자를 따돌려야 한다는 경영전략은 오래 전부터 그때 그때 새로운 비유와 방법론을 통해 주기적으로 등장해왔다. 최근에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이 경쟁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푸른바다’론, 곧 ‘블루 오션 전략’을 잇따라 언급하면서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핵심 메시지가 “경쟁자를 따돌려라”라는 점에서, 90년대 이후 제기된 다른 주요 경영전략론의 맥을 잇고 있다.
90년대 들어 가장 먼저 등장한 전략이론은 지난 92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가 제창한 ‘W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주인 없는 시장을 창조하는 ‘무주지 선점’ 전략”으로, 이미 막강한 경쟁자들이 장악한 산업을 뒤따라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기업들이 서서히 글로벌 시장으로 나서는 시점에서 이제는 선진국 모방에서 벗어나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을 역설해 당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비슷한 ‘경쟁자 따돌리기’ 전략론으로 97년 등장한 ‘가치이동론’을 꼽을 수 있다. 이 이론은 경쟁 시야를 넓게 유지해 경쟁자보다 먼저 가치(돈)의 이동을 파악하고 대처할 것을 역설하며 이를 위해 사업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목받았다.
경쟁없는 시장 창출 ‘블루오션’ 전략
금감위원장 · 엘지 회장 등 잇단 언급
지난 97년 연말에는 자본시장에서 ‘꿈의 시장’이라 불리던 동남아 금융시장에 투기자본인 핫머니들이 몰려들어 국가경제가 붕괴된 사태가 벌어지면서 ‘뷰티퀸 증후군’이 등장했다. “아름다운 여성(뷰티 퀸)에게는 많은 구혼자가 몰려 삶이 평탄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돈이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달려들어 사업의 매력도가 훼손되는 현상을 지칭하다가, 다른 기업이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특허같은 법률장벽, 대규모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 등 자본이나 기술장벽을 쳐서 막아내야 한다는 전략론으로 확대됐다.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함께 쓴 <블루 오션 전략>에서 주장한 ‘블루오션론’은 지난해 선보인 뒤 올해 들어 부쩍 관심을 끌고 있다. 경쟁 속에서 피로 물든 ‘붉은 바다’를 떠나 경쟁자가 없는 ‘푸른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으로, 성공하려면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고급차 시장에서 렉서스로 잠재수요를 이끌어낸 도요타 자동차,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브랜드를 도입한 미샤 등이 사례로 꼽힌다.
엘지경제연구원 이승일 상무는 “핵심 주장은 새롭지 않지만 차별화된 시작을 창출해 경쟁자 따돌리기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가치곡선을 이용한 ‘전략 캔버스’ 도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하고, “최근 세계적 대기업 대부분이 성장 정체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 때맞춰 돌파구 마련의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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