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0.18 20:47 수정 : 2009.10.18 20:47

연도별 종합주가지수 등락률





이종우의 흐름읽기 /

지난 10년간 우리 시장은 유독 ‘짝수 해’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00년엔 주가가 1020포인트에서 시작해 504포인트로 끝나 무려 50% 넘게 하락했고 2008년에도 1900대에서 시작해 1100선까지 주저앉았다. 2002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간으로는 10% 남짓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고점과 대비해서는 40% 넘게 곤두박질쳤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대세 상승 기간이라 할 수 있던 2004년이나 2006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균치를 구해보면 2000년 이후 5번의 짝수 해 동안 주가가 평균 17.3% 떨어진 반면, 홀수 해에는 39.9%나 올랐다. 그래서 ‘짝수 해의 저주’라는 얘기가 증권가에 나도는 모양이다.

증시가 짝수 해에 신통치 못했던 것은 이때마다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보급되면서 세계적으로 경기 주기는 짧아졌다. 일반적으로 경기순환에는 기업 재고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세계 여러 곳의 재고 파악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지면서 예전보다 경기 순환이 짧고 약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순환의 변동은 주식시장의 주기를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경기가 5년을 주기로 움직였기에 증시의 정점도 1989년, 1994년, 2000년에 나타나는 등, 일단 일정한 방향의 추세가 나타나면 상당 기간 그 기조가 유지되는 속성이 있었다. 반면 지금은 경기 주기가 2년 정도로 짧아지다 보니 주가 역시 1년 단위로 등락을 되풀이하고 있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품 수명이 아주 짧아진 것도 주가 변동 요인으로 꼽힌다. 으레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처음에는 수요가 늘어나 경기와 주가 상승에 보탬을 주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는 정체하는 반면 공급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정보통신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서 이런 양상이 하나의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종우의 흐름읽기
올해 말에 경기 지표가 정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같은 전망대로라면 내년에도 우리 증시는 짝수 해의 저주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설령 경기가 둔화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올해 빠르게 위로 솟구쳐 올라가던 지표들이 내년에는 옆으로 횡보하게 된다면,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한동안 거침없이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국내 주식을 먹성 좋게 사들이던 매수 주체였던 외국인이 더 이상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탓도 있지만, 내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휘감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다시 오름세를 타려면, 내년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분명한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주식시장에선 현실 못지않게 꿈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짝수 해임에도 주가가 오르는 예외적인 일이 눈앞에 벌어질 수 있을까.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