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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 금 등에 경기둔화 탓 돌려
한은쪽도 “기법상 한계” 털어놔 우리 경제의 한두가지 돌발요인이 전체 경제지표를 왜곡시키는 경제 ‘착시현상’ 또는 ‘교란 효과’가 심해지고 있다. 담배 한개 품목이 올 1분기 성장률을 2%대로 끌어내리고, 금 수출 급감· 대외배당금 급증이 4월 경상수지를 2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서게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이 실제 경기흐름과는 다른 이런 착시· 교란 효과에 매달리면서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기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담배 효과’ 이어 ‘금 ·대외배당금 효과’까지= 한국은행은 지난 30일 4월 경상수지가 2년만에 적자로 돌아선데 대해, “금 수출 급감으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대외배당금 급증으로 소득수지가 악화됐다”고 해명했다. 금 수출은 2004년 상반기까지 국제 금시세 상승·국내 금도매업자에 대한 부가세 면제 등에 힘입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3월 ‘납세담보제’(금거래 부가세를 허위로 환급받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자 4월중 금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97.8%나 줄었다. 이는 곧 수출 급감으로 이어져 4월 수출 총액은 한자릿수인 6.9% 증가에 그쳤다. 한은은 “금 효과를 뺀다면 실제 수출증가율은 이보다 3.2%포인트 더 높은 10.1%의 두자릿수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 4월에 집중된 대외 배당금 지급도 4월 중 크게 늘어 소득수지 적자폭을 전달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시켰다. 이에 대해서도 한은은 “이는 계절적 요인으로, 5월부터는 다시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한은의 변명인가, 구조적 문제인가= 지난해 담배 사재기로 인한 1분기 경제성장률 2%대 추락 발표는 올 한해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은과 재정경제부는 “담배효과로 인한 0.4%포인트 성장 저하를 제거하면 1분기 성장률은 3.1%로 문제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시장의 반응과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표상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를 늘려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담배 효과 등을 제외하면 성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정부와 한은의 주장이 이미 신뢰감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오는 7월 담뱃값이 또 인상될 경우 경제성장률 지표가 또한번 요동을 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통화당국이 이런 ‘착시현상’을 경기회복 둔화의 이유로 삼지 말고,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경기 판단과 예측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착시현상과 일시적 교란요인은 전체 경제흐름의 맥을 짚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한은이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요인으로 변명을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한은이 경제상황을 제대로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 고위 임원은 “경제구조가 복잡해지고 환경이 변화하고 있어 현재의 경기 판단이나 예측 기법에 한계가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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