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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1 19:03 수정 : 2005.05.31 19:03

경제 프리즘

“일본식 장기침체 가능성” 발언
불안감만 키울 ‘제 살 깎아먹기’

장기불황이란 망령이 또 다시 우리를 뒤덮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몇몇 보수언론의 단골 메뉴였던 것이 이제는 경제부총리에게까지 ‘오염’된 듯하다. 한덕수 부총리는 최근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소지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경제부총리가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우선 한 부총리가 이런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 비록 ‘경제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생각할 때 경솔했다. ‘상황이 이렇게 어려우니 모두 분발하자’는 뜻에서 이런 표현을 썼겠지만, 우리 실상을 제대로 반영한 것도 아닐 뿐더러 의도했을 ‘경제 회생’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1992년부터 본격화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경제성장률이 1% 전후, 98년에는 마이너스 1.1%까지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아직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발언 자체가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더 키워 경기침체를 장기화할 수 있다.

한 부총리의 발언은 곧바로 보수언론의 ‘먹잇감’이 되면서 증폭됐다. ‘한국경제 장기침체 우려’라는 시커먼 글씨로 지면을 장식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딱맞는 부총리의 이런 발언을 언론들이 놓칠 리 있겠는가. 거기에다 4월의 경기선행지수 하락세 반전, 수출증가율 한 자리수로 둔화, 경상수지 2년만에 적자라는 제법 그럴 듯한 통계까지 뒷받침하니 한국경제는 영락없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과연 그런가?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전달에 비해 겨우 0.1%포인트 떨어졌다. 수출증가율 둔화도 이미 예상된 일이고, 5월 들어서는 두 자리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경상적자도 배당금 지급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 아니라, 거시경제 측면에서 오히려 흑자 규모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경제상황은 물론 어렵다. 특히, 경제지표들이 엇갈려 나오면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모르는 대단히 불확실한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단기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큰 흐름을 보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나 언론 모두 ‘제 살 깍아먹는’ 바보짓은 이제 그만 두었으면 한다. 정석구 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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