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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2 17:56 수정 : 2005.06.12 17:56

내리자니 부동산 걸리고 올리자니 경기 걱정
“정부, 신용시스템 해결해 투자·소비 살려야”

지난 10일 저녁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1층 로비. 창립 55주년을 맞아 전직 한은 총재·임원들과 금융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기념 리셉션이 벌어졌다. 박승 총재는 축사에서 “한국은행은 세계에서 조사·통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중앙은행으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실은 요즘 두통을 앓고 있다. 금리정책 때문이다. 한은은 벌써 일곱달째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은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금리를 통한 경기조절 정책이 ‘무력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일곱달째 동결, 한은의 딜레마= 박 총재는 지난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내릴 경우 돈이 풀려 내수 회복에 힘을 보탤 것이란 기대보다는 이 돈이 부동산 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란 걱정이 더 크다. 또 금리를 올릴 경우 주택시장의 가수요 자금을 흡수하기보다는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콜금리 동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인상이나 인하 압력도 만만찮다. 이달 금통위가 열리기 이틀 전 아이엠에프는 ‘한국이 금리를 지금보다 더 낮출 여지가 있다’며 인하 가능성을 흘렸다. 상반기 경기회복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한덕수 부총리도 “낮은 금리가 투자와 소비에 효과가 크며 저금리 아래서 부동산값은 세제·공급정책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더이상 금리를 내릴 경우 금리 추가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미국 금리와의 역전현상이 발생해 자본의 국외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실패가 금리정책 무력화= 조영무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든 인하하든 부작용만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과 부동산 문제 해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금리 조절은 독이 될 뿐이며, 결국 현재 한은의 금리 정책이 ‘약발’을 잃은 것은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만 흘러가고 소비·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자금흐름 이상에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세금으로만 접근하고 있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조성하지 못해 금리 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도 “돈이 금융권에서만 돌고 투자·소비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신용시스템 붕괴로 자금의 선순환구조가 차단된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은의 금리 조절이 제 역할을 하려면 우선 정부가 가계·기업의 신용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되돌려 설비투자와 소비에 나설 수 있게 하고, 또 이를 통해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방안을 빨리 내놓지 못하면, 일본과 같은 저금리 속의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박성진 팀장은 “경기가 불투명해지자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사례는 미국의 증시하락기나 일본 장기불황 때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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