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7 18:53
수정 : 2005.06.17 18:53
웨인 첨리 암찬회장 인터뷰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환상이 꺼지면서 한국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15일 “많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이 동북아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와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한국 사장인 첨리 회장은 지난해 12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됐다.
동북아 허브 자신감을
-지난달 연례 워싱턴 방문에서 미국의 정·관계 인사들을 만났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
=소위 ‘중국 허니문’이 깨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가 받는 질문 대부분은 “당신들이 중국에 대해 알고있는 것을 이야기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과 경제 전망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또 한국 기업들은 그 누구보다 훌륭하게 중국의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참이 최근 한국 홍보활동을 강화한 계기는 무엇인가?
=외환위기 이전의 한국은 각종 규제로 비즈니스하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개방과 외국 직접투자의 필요성을 인식한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으로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경제로 탈바꿈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상품의 국적보다 품질과 적절한 가격을 중요시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들에게 한국 경제의 번영은 우리의 성공과 직결돼 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의 틈새국가에 머물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일본은 아직 국내경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중국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려면 몇년이 남았다. 그 사이 씨티은행은 한국에 최대 규모의 투자를 했고, 지이(GE)캐피탈도 10억달러, 지엠도 15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했다. 미국 기업은 아니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대규모 투자를 했다. 그만큼 한국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과 경쟁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천 송도 자유무역지대 건설은 좋은 움직임이다.
스크린쿼터에 발목 잡혀
-한미간 최대 통상 현안은 스크린쿼터와 쇠고기 수입 문제다. 하지만 프랑스 등도 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영화시장을 보호하고 있지 않은가?
=한미투자협정은 10여년 동안 스크린쿼터에 발목잡혀있다. 소수의 급진주의자들이 삭발과 연좌농성을 통해 경제발전을 막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 영화는 2003년 시장의 53.5%를 차지하고, 외국에서도 유수 영화제를 휩쓸 정도로 튼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관객들의 외국영화 선택권을 가로막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대통령과 문화관광부 장관이 스크린쿼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에도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이미 수입금지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쇠고기 수입제한을 먼저 푸는 조치를 취한다면 워싱턴에서 많은 정치적 자산을 축적할 것이다. 두가지 문제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는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성공을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11월아팩 경제월드컵으로
-주한 미국 기업들이 한국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올 11월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를 경제 월드컵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얻었던 긍정적인 홍보효과를 생각해보라. 우리는 그때처럼 한국이 동북아의 허브가 될수 있다는 점, 비즈니스하기 좋은 곳이라는 점을 알리고, 리더십을 보였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한국이 아시아 3위, 세계 10위의 경제에 걸맞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당신들의 시간이 왔다.
첨리 회장은 한국의 안보 상황에 대해서는 “주한 미국 기업인들도 일반 한국인처럼 북한의 위협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한국인들이 전쟁을 모르고,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텍사스 출신으로 86년 크라이슬러 그룹에 입사, 일본을 거쳐 96년 한국에 온 그는 외환위기 이후 주한 미국 기업들이 힘을 모아 장학재단을 설립한 것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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