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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7 17:22 수정 : 2005.06.27 17:22

노후대비용 아파트투자?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여유자금으로 아파트를 사두었다가 노후에 세를 받아 생활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특파원으로 와있는 일본인 신문기자와 저녁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일본인 기자로부터 들은 말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요즘 한국의 신문을 보고 있으면 1980년대 말 일본의 신문 보도를 보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일본도 그랬거든요.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갈까요? 제 생각에는 말기증상 같기도 한데…”

그는 80년대 중반에 도쿄 근교에 28평짜리 아파트를,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억2천만원에 샀다고 한다. 이것이 버블 절정기에 3배 수준인 3억6천만원까지 오르더니 그 후 10년 이상 하락을 계속하여 지금은 7천만원 수준에 와있다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5분의 1 정도다.

비슷한 사례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도 있었다.

수년 전 굿모닝증권의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티모시 메카시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당시 미국의 대도시에 사는 샐러리맨들 사이에서는 임대아파트 투자가 붐을 이루었다고 한다. 주택 건설업자들이 그림과 같이 예쁜 임대아파트를 지은 뒤 사진을 찍어 셀러리맨들에게 보냈다. 금리도 낮은데 노후생활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임대아파트에 투자해서 노후대비를 하라는 내용의 팜플렛도 동봉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노후대비를 걱정하고 있던 다수의 샐러리맨들이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 여기에 투자를 했다.

문제는 그로부터 10년, 20년 지난 뒤 발생했다. 이들이 막상 월세를 받아 생활하려고 보니 여유 있는 사람들은 교외로 빠져나가고 그 일대는 슬럼화 되어갔다. 남아있는 것은 낡은 아파트와 이것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노인들 뿐이었다.

일본과 미국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간단한 원리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사회간접자본투자가 끝나면서 주택공급이 크게 느는 시기가 있다. 미국 경우에는 1970년대, 일본의 경우에는 1980년대 후반이 이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지금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국내 건설회사의 경영자들로부터 앞으로 자기회사의 중점사업은 임대아파트, 임대주택 건설로 할 방침이라는 말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주택을 누가 사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출산율은 1.3~1.4명의 시대가 오래 계속되어 왔다. 이들 세대가 결혼할 때는 세 쌍 중에서 두 쌍이 양쪽 부모로부터 집을 한 채씩 물려받는다는 계산이 된다.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는 더 급격하다. 2003년의 경우 1.13명이었다. 이들 세대가 결혼할 때는 거의 모든 쌍이 집을 두채씩 물려받는다. 이런 통계가 알려지면 가격은 미리 떨어질 것이다.

주택 임대료를 받아 생활하려 할 경우 관리상의 어려움 또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위에서 보면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데 세입자가 속을 썩혀서 고민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입주자가 월세도 안내고, 나가지도 않을 경우 대응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이 때문에 개인들은 대부분 부동산을 실물로 직접투자를 하기보다는 부동산 투자신탁(리츠)과 같은 간접투자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모네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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