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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4 18:49 수정 : 2005.07.04 18:49

경제 프리즘

지난 4월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다국적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뱅크(SCB)의 적극적인 ‘토착화’ 노력이 금융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외국계 3총사’라 불리는 한국씨티은행·에이치에스비씨(HSBC) 등이 국내에서 직원이나 고객들과 마찰을 빚어온 것과는 달리, 스탠다드차타드는 제일은행을 통한 ‘현지 토착화’에 초점을 맞춰 경쟁을 벌여나가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달 30일을 ‘한국의 날’로 정하고 세계 56개 나라 현지 법인에서 동시에 기념 행사를 열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그룹도매금융 총괄 마이크 리스 이사는 이 행사에서 “한국은 이제 홍콩에 이어 스탠다드차타드의 두번째 ‘홈’(고향)이 됐다”며 제일은행 인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56개국 현지법인 ‘한국의 날’ 행사
엔화예금 과세등 정부방침 호응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새로운 은행 이름에 ‘제일은행’을 남겨 둔 점에서도 이 은행의 한국내 현지화 전략이 엿보인다. 스탠다드차타드의 50여개 세계 현지법인 가운데 피인수 은행의 이름을 유지한 것은 제일은행이 첫 사례다.

한국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도 눈에 띈다. 스탠다드차타드 임원들은 그동안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제일은행이 엔화예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다른 시중은행보다 앞서 동의 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마이크 드노마 그룹소매금융 담당 이사는 “현재 한국 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방대한 리서치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 시력장애인의 개안수술 지원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힌 것도 한국 국민들의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제일은행 직원들에게는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없음을 거듭 약속해왔다. 이 때문에 제일은행 직원들은 물론, 노조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에 호의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의 한 부장은 “이제 직원들 사이에 스탠다드차타드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한 고위 임원은 “한국 국민들이 외국자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는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이윤을 챙기고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빠져나가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이 우리 경제에 기여를 했는지, 혹은 약탈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은행의 현지화 시도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싱가포르/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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