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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9 18:52 수정 : 2005.07.20 09:53

“제구실 못한채 홀로 재미” 비판 쏟아내
“앞으론 기업자금 조달 창구 옮길 것”

은행들의 자금운용 행태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며칠 전 은행들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에서 연 하계 최고경영자대학 초청강연에서 “은행들이 필요한 곳에는 대출해주지 않고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다”면서 또 일침을 놓았다. 시중은행들은 정부 최고위관계자들의 이런 발언들이 은행 대출영업 등에 대한 규제강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업 지원가능 더 약해져

참여정부 출범이후 금융산업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완화 조처는 은행들의 수익기반을 크게 넓혀줬다. 금융업 통폐합 움직임에 따라 덩치 큰 은행들이 보험과 증권회사들의 영역을 많이 삼켰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은행을 과다하게 밀어줘 외환위기 이전에는 7대3의 비율이던 은행과 비은행권 금융자산배분구조가 지금은 8대2의 비율로 은행의 비중이 더 커졌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기대한 은행의 산업지원 기능은 더 약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시중자금은 은행으로 대거 몰렸는데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투기만 부추겨왔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은행들의 힘은 더 커졌지만 자금중개와 자원배분의 효율화 등 은행의 전통적인 기능과는 역행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부동산 ‘투기 뒷돈’ 눈흘겨

은행들도 공적기능의 상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 부동산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이 은행업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안다. 당장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월 현재 시중은행 평균 여수신금리차이가 1.73%포인트로, 전체 여수신금리차 2.05%포인트에 못미칠 만큼 이미 과당경쟁 상태이다.

하지만 은행들도 사면초가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자금중개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주고 싶은 쪽은 돈이 필요없고 돈을 빌리고 싶어 하는 쪽은 우리가 믿을 수 없다는 데 있다”면서, 모든 책임을 은행쪽에만 지우는 분위기에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는 은행들의 보수적 자금운영을 당장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아무리 은행권이 정부 뜻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건전성을 해치면서까지 공격적인 자금운용을 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은행권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자본시장을 적극 육성하는 쪽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 보험 · 사모펀드 등 활성화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직접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증권과 보험사에도 신탁업 허용, 자산운용업과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법률 개정 추진, 적립식펀드 세제혜택 검토 등 굵직굵직한 금융정책들이 모두 직접금융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은행에 더 이상 수익성과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서 키워주는 구실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기업 자금조달의 창구를 직접금융시장으로 옮긴다는 게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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