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5 18:37
수정 : 2005.07.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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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공동주최 제31회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한국경제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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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프리즘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한 세미나에서 ‘한국경제의 내일을 위한 설계’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양극화 불가피론’을 피력했다.
박 총재는 이날 제주도에서 한국능률협회 등이 주최한 최고경영자 하계 세미나에서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는 경제구조의 조정과정이며 선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현재의 고통은 우리 경제 구조가 업그레이드되는 정상적인 발전 궤도에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양극화 현상이 경제 모든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재의 이런 발언은 마치 최근의 경제 양극화 현상이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 ‘선진화’를 이끄는 동력이라는 뜻으로 읽혀진다. 한쪽은 고통을 받지만, 이를 참아내면 결국 모두에게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과거 개발주의 시대의 이념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박 총재가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경제체질의 ‘노화’를 막는 것”이라며 ‘노화 유발 요인’으로 지목한 5가지 요인을 보면, 이런 우려는 더욱 뚜렷해 진다. 그는 노화 유발 요인으로 고임금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현상, 근면노동의 기피와 대결적 노사관계, 저부담·고수혜를 바라는 무리한 복지요구 등을 꼽았다. 결국 ‘노동자가 열심히 일은 하지 않고 과도한 임금을 요구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며, 무리한 복지정책을 요구해’ 우리 경제 체질을 노화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최근 한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보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소비수준 하락은 소득양극화로 인한 저소득층의 소비성향 침체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내수와 수출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화학과 경공업 간 양극화문제는 한은이 지난해 보고서에서 스스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총재의 ‘양극화 불가피론’이 한쪽의 고통을 외면한 채, 경쟁력만을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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