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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문어발…유통·판매등엔 소홀”
다각화 깃발 증권사 · 엘지카드 인수 군침
자산 은행권 1위 · 여수신 2~3위 · 보험 4위 “증권사 설립(인수)은 중앙회 회장님의 확고한 의지다. 엘지카드 인수는 사모펀드를 통해 참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최근 농협의 신용(금융)사업부문 수장으로 취임한 정용근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농협의 증권사·전업카드사 인수 의지를 확실히 밝혔다. 정 대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지주회사 방식으로) 대형화·겸업화하는 것이 추세”라며 “농협도 무한경쟁시대에 경쟁력을 키우려면 이제 ‘종합금융그룹’으로 조직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수신·여신 등 은행업에서 대형 시중은행들과 1~2위를 겨루고, 보험(공제)·카드사업에서도 힘을 과시해온 농협이 ‘거대 금융공룡’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과 견제도 만만찮다. 농협의 주인인 농어민들은 농협이 ‘본연의 사업’보다는 금융업으로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경쟁 금융사들은 그동안 여러가지 특권을 누려온 농협이 문어발식으로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농협은 이미 고객수·점포수·총자산 규모에서 뿐 아니라 여·수신 총잔액, 보험료 잔액, 카드이용액 등에서도 금융권의 최대 강자로 부상했다. 농협의 총자산은 129조원(지난해 말 기준)을 넘어 국민은행에 이어 은행권 2위이다. 전국 점포수(중앙회+지역조합 영업점)도 무려 4938개로, 주택은행과 합병한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4배에 이른다. 계좌수는 3900만개다. 여신·수신에서도 농협은 은행권 2~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1961년 창립 이래 계속해온 공제사업도 보험료 잔액기준으로 삼성·대한·교보 등 ‘빅3’에 이은 국내 4위다. 84년부터 시작한 신용카드 부문에서는 은행계 카드인 비씨카드의 이용액·회원수·수수료 전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몸집 불려 ‘종합금융그룹’으로= 지난 2000년 축협·인삼협을 통합해 더욱 덩치가 커진 농협은 그동안 예·적금, 카드, 신탁, 외국환, 신용보증 업무 등 모든 금융사업 부문에서 시중은행과 경쟁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개인뱅킹(PB)과 기업금융 강화에도 나서 시중은행과 차별성을 없애고 있다. 농협은 올해 피비 영업소를 전국에 100개 늘리고, 기업금융지점도 현재 24곳에서 40곳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외 진출을 시도해 중국·미국 등 6개 나라에 국외점포를 개설하기로 하고 현재 컨설팅을 받고 있는 중이다. 농협은 증권사 인수와 함께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매물로 나올 엘지카드 인수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올들어 금융권에는 ‘농협이 ㅅ증권사 등 4곳 가운데 하나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하나·신한·우리은행과 외국계인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은행들이 올해 하반기 최대 인수전을 벌일 엘지카드에 대해서도 정용근 대표는 “단독 인수는 어렵고 여러가지 제약요인이 있겠지만 다른 곳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못박았다.
“농어민 위한 사업엔 소홀…경쟁도 불공정하다” = 이런 변신에 대해 조합원인 농어민들은 ‘농협이 돈벌이가 되는 신용사업에만 매달려 농어민을 위한 유통·판매·지원사업 등 경제사업에는 소홀히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이나 신용카드업 진출이 과연 농어민들의 절박한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을 주느냐는 불만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올해 연초 농협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지적을 했다. 농협의 한 고위임원은 “중앙회는 물론 전문가로 구성된 농협 자문위원회에서도 농협이 서둘러 증권업에까지 뛰어들어야 하는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어민들은 농협이 경제부문 사업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신용부문을 따로 분리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의 거대화가 시장의 불공정 경쟁을 가져올 수 있다며 눈을 흘기고 있다. 전국적인 지역조합을 이용해 지자체 금고유치 등 특혜를 받고 있고, 농림부의 감독·통제 하에 있어 시중은행처럼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가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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