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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공동경영…다음달 통추위 발족 조흥노조 “대등하게 합치자” 참여 요구 합병은행명도 이견…갈등 극복에 성패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발족을 한달 남짓 앞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원뱅크’ 통합 작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신한지주가 최근 통합 은행명·은행장을 결정할 통추위 위원장을 선정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경영진이 노조의 통추위 참여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 노사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월로 예정된 통추위 구성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두 은행의 통합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연되는 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2년간의 실험, 힘겨운 통합 노력=2003년 조흥은행 지분을 100% 인수한 신한지주는 2년 동안의 ‘공동 경영기간’을 두고 통합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신한·조흥의 ‘선통합·후합병’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실험적인 방식이어서 주목을 받아왔다. 통합이 원만히 이뤄져 내년 합병 은행이 탄생할 경우 신한지주는 국민은행에 이어 국내 2위의 거대 금융지주회사로 자리잡게 된다. 두 은행은 그동안 전산·재무·상품통합·고객관리 등의 분야에 13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임직원 130여명을 투입해 업무·조직 통합은 물론 직원들 간의 ‘감성 통합’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올해 초 조흥 쪽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노조의 큰 반발을 산데다, 지난 5월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이 ‘대등 통합’을 강조해 온 최영휘 사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분위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넘어야 할 산 ‘첩첩’=2년 넘게 진행된 업무·전산부문 통합은 상당 부분 진척을 보여, 앞으로 두 은행 통합의 성패는 조흥 노조 등 직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하고 넘어갈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조흥 노조는 최근 전 조합원의 투표를 거쳐 경영진에 3가지 요구안을 확정해 전달했다. 이 요구안은 노조의 통추위 참여, 조흥 출신의 합병 은행장 임명, 합병 은행명을 조흥으로 할 것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 쪽은 조흥 노조가 ‘제 밥그릇 챙기기’로 무리한 요구와 비판만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일 조흥은행 고위 관계자는 “통추위에 노조 참여가 어려우며, 통추위원장에 신한지주 쪽 인사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노조를 자극하고 있다. 조흥 노조는 “대등합병 원칙을 조흥 경영진이 먼저 훼손한 것으로 조만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은행 통합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신한지주가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흥 노조 관계자는 “신한지주 쪽의 무반응은 통합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돼 통합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영업력 저하 등으로 합병의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흥·신한의 통합 성패는 올 하반기 국내 은행권의 판도 변화와 질적 성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노조-경영진 간 타협과 양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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