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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31 20:27 수정 : 2013.03.31 21:18

국민행복기금 출범 계기 논란 재연
금융기관들 ‘배째라’심리 조장 우려

900조 넘는 대출중 대상은 5조 추산
30~40대 저소득 소액 채무자가 중심

2000년대 중반 은행들 무한 대출 경쟁
상환 능력보다 실적 우선한 책임도 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체,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28일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마련한 ‘국민행복기금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의 말이 빨라졌다.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자들의 ‘배째라’식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제 대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기금 지원대상은) 비인간적인 독촉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못 갚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연체자를 먼저 챙기고, 성실 상환자도 설득해야 합니다.” 제 대표는 10년 남짓 채무자의 입장에서 금융회사의 약탈적 대출 영업 행태를 관찰해온 전문가다.

■ 도덕적 해이자는 누구? 29일 국민행복기금 출범 전후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소폭 오른 것으로 나오자, 이같은 목소리는 일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 중이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과 규모를 뜯어보면, 이같은 우려는 매우 과장돼 있다.

국민행복기금의 매입 대상 채권은 최대 20조원 안팎이다. 담보대출채권과 6개월 미만 연체 채권 등을 매입 대상에서 뺐다. 이 마저도 금융기관과의 가격 협상 과정 등을 거치면 실매입 규모는 더 줄어 9조5000억원 안팎, 또다시 채무자의 자발적 거부 등을 고려하면 실제 지원 예상 규모는 5조원 미만일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추산한다. 전체 가계 부채가 900조원을 돌파한 것에 견주면 국민행복기금이 사들일 채권 규모는 불과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 중인 개인워크아웃(3개월 이상 연체자 대상) 신청자들을 보면, 국민행복기금 지원·신청자의 특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월 소득 100만원 이하가 절반 이상을, 소득 범위를 150만원까지 넓히면 전체의 80%를 넘어선다. 부채 규모도 2000만원 이하가 55.9%, 연령대로는 30·40대가 65.7% 차지한다. 조성민 금융감독원 가계신용분석팀장은 “6개월 이상 연체 대출은 생계형 자금으로 돈을 빌렸다가 연체된 채권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빚을 갚지 못한 초저소득 소액 채무자들로, 재기를 꿈꿀 수 있는 나이인 사람들이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인 셈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채권 추심을 한 번도 안 받아본 사람들이 도덕적 해이를 운운한다. 지원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 은행 무차별 대출경쟁이 불씨 2004년~2008년까지 은행들은 치열한 자산 확대 경쟁을 벌였다. 부동산 경기 활황이란 외부 여건에다 1등 은행을 차지하려는 은행권 내부 요인이 자산 경쟁에 불을 붙였다. 2006년 ‘검투사’라고 불린 한 은행장은 영업본부장들에게 단검을 선물했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 심정으로 대출 영업을 하라는 뜻이 담겼다. 자산 경쟁은 중소기업대출·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일어났지만, 가계 신용대출 성장세도 가팔랐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이 기간 동안 가계부채는 무려 51.1% 늘어났다. 우리은행의 한 지점장은 “돈을 그냥 퍼주던 시기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대출 실적을 더 우선시했다는 의미다.

조성민 금감원 팀장은 “국민행복기금 매입 대상 채권은 연체가 보통 1년 이상, 7~8년까지 된 채권들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자산경쟁 와중에 돈을 손쉽게 빌렸다가 2008~2009년 경기 위축기 이후 연체를 시작한 악성 채권들이 국민행복기금 매입 대상 채권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제윤경 대표는 3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 상당수는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자들이라기보다는,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희생자라는 측면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경락 박아름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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