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원 “노후생활 어떻게…약 아닌 독”
전문가들 “파산등 법적 절차로 구제 바람직”
그동안 쌓아놓은 국민연금 납입금을 돌려받아 금융회사에 연체한 빚을 갚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한나라당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도덕적 해이 없이 자신이 낸 돈(국민연금)으로 연체(신용불량)를 벗어나게 해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상당수 전문가들은 “연체 상환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흔들어서는 안되며, 국민연금까지 건드려야 할 상황이라면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법적 절차로 구제받는 것이 낫다”고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일 ‘국민연금 반환 일시금 지급 및 신용회복특별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해 소속 의원 전원의 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전재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신용불량자 가운데 지금까지 납입한 국민연금액이 연체액보다 많은 사람과, 납입액이 연체액보다는 적지만 채권 금융회사가 채무조정을 통해 차액을 감면해주기로 한 사람에 대해 국민연금 납입액을 금융회사에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체 신용불량자 360만명 가운데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는 160만명 중 상당수가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론이 많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4일 “국민연금으로 당장 신용불량 상태를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만약 제대로 된 소득이 없다면 노후 생활이 막막해질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 공적부조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안은 ‘약이 아니라 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국민연금 납입금을 담보로 7800억원이 대출됐는데, 대출받은 사람의 92%인 24만명이 상환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미래의 생계 수단을 지금 어렵다고 써버린다면 국민연금 제도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복지부는 여기에 더해 지금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자칫 ‘국민연금 반환의 물꼬’가 터질 경우 전체 가입자의 반환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오명근 변호사는 “국가가 법률로 강제하는 국민연금에 예외를 인정해 금융회사의 채권 회수에 사용한다면 국가 스스로 국민연금 제도의 효용성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을 건드려야 할 정도의 빈곤층이라면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공적 채무조정을 거치는 게 신용회복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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