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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3 20:23 수정 : 2014.01.23 23:23

정무위 집단소송제 검토 질문에
신 “금융사에 충격이 너무 크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방지 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정보 유출) 사고가 재발하면 그 회사는 문을 닫게 하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의 이 발언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엄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 위원장이 ‘사고 재발 시 금융회사의 문을 닫게 한다’고 말한 근거는 종합 대책에 포함된 다음과 같은 두가지 방안이다. 종합대책에선 고객정보를 유출한 금융회사에 부과되는 제재 수위를 “영업정지 6개월”로 제시한다. 여기서 영업정지는 신규 고객 영업 등 일부 업무에 한정된다.

문을 닫게 하는 최고 수위의 제재는 업무 전부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이다. 이러한 제재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신 위원장이 “문을 닫게 한다”며 영업정지 6개월을 제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불건전 영업행위를 한 일부 카드사에 영업정지 3개월의 징계가 내려졌으나 해당 카드사들은 기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기존 고객 관리나 서비스 제공은 영업정지 6개월 조처가 내려져도 지속된다는 의미다.

신 위원장 발언의 또다른 근거는 새로 도입하는 과징금 제도다. 종합대책에는 두가지 과징금 제도가 담겼다. 첫째는 불법 수집·유통된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번 금융회사에 ‘관련 매출액’의 1%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보를 유출한 금융회사에 최고 5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의 한 해 영업이익만 1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작다. 특히 ‘관련 매출액’은 해당 기업의 전체 매출액이 아니라 불법 정보를 활용해 벌어들인 매출액을 가리키는 것인데다, 불법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은 대체로 영세한 대출광고업체나 대출중개업체들이다. 신 위원장이 대형 금융회사를 기준으로 “어마어마한 과징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금융회사에 높은 금전적 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사후 징계의 의미도 갖지만 사고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선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들은 피해자 한명의 소송으로 피해자 전체에게 피해액의 수배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하는 게 뼈대다. 해당 기업들은 상당한 금전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신 위원장은 사고 재발 시 “문을 닫게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럴 수 있는 제도 도입에는 부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나”라고 묻자, 신 위원장은 “검토는 했지만 금융회사에 미칠 충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 #231] 개인정보, 인권이라는 인식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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