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정보 불법 유출과 활용을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한다. 모든 금융회사엔 전화와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영업 활동도 자제해줄 것을 주문했다. 지난 8일 3개 신용카드사에서 1억400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개된 이후 보름만여만에 나온 대책이다. 전형적인 뒷북 대처이다.
정부는 24일 신제윤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마친 뒤,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활용 차단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안전행정부 등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정부 내 각 조직이 대거 참여했다.
정부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검찰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금감원이 불법 개인정보 유통과 이를 활용한 영업 행위에 대한 무기한 합동 단속에 나선다. 불법 정보 유통 가능성이 큰 미등록 대부업체가 중점 단속 대상이다.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최고 형량을 구형키로 했다. 현재 신용정보보호법은 불법 정보 활용사실이 적발된 사람에게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보안규정 준수 여부와 정보 유출·입 기록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또 금감원이 운영 중인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17개소)와 전국은행연합회 등 금융권역별 각 협회는 ‘불법유통 개인정보 신용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불법 개인정보 유통 신고자에겐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경찰청 등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큰 전화번호를 정지하고, 발신번호 조작방지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개로 모든 금융회사에 영업 자제도 당부할 계획이다. 3월말까지 전화나 문자메시지(SMS), 이메일 등을 통한 대출을 권유하거나 모집하는 영업을 중단하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으로 거래대금 결제가 되는 비대면 방식(얼굴을 보지 않고 이뤄지는) 금융거래를 할 때도 불법 정보 활용 여부를 확인토록 주문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방침을 전달하기 위해 이날 오후 각 금융회사 임원들을 금감원으로 불렀다. 조성목 금감원 여신전문검사실장은 이 자리에서 “3월말까지 전화 등을 활용한 영업은 전면 금지”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당분간 영업은 크게 축소될 것 같다. 정상적 영업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좀 지나쳐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책 중 일부는 대체로 금융회사의 협조, 관련 법·제도 변경 등의 단서가 달려 있는 탓에 조속히 시행되기는 어렵다. 또 불법정보 신고센터 설치 등은 기존에 있던 신고센터의 문패만 바꿔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일단 담았다”며 “2월 중에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 #231] 다 털린 개인정보, 인권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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