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09 20:15
수정 : 2014.02.09 22:49
대출금 변제받기 위한 책임 공방
KT ENS 과실땐 KT 지원 가능
금융권 “결국 소송 나설 수밖에”
3000억원을 웃도는 사기대출을 당한 금융권이 케이티(KT)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떤 경우에든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여보자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사기대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케이티 이엔에스(KT ENS) 협력사 6곳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케이티의 책임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티 이엔에스는 피해금을 모두 감당할 능력이 안 될 것”이라며 “법인은 다르지만 케이티가 나서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케이티는 도의적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케이티 이엔에스는 케이티의 100% 자회사다.
이는 돈을 빌려간 협력사 6곳이나 이들의 사기대출을 도와준 케이티 이엔에스 직원 김아무개(51)씨 등이 돈을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케이티는 별다른 이해관계자는 아니지만 돈 나올 곳은 그곳밖에 없다 보니 케이티의 책임을 강조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케이티가 대출금을 물어주기 위해선 일단 이번 사기대출 과정에서 케이티 이엔에스의 혐의가 드러나야 한다. 이 경우 케이티는 케이티 이엔에스를 파산시키거나, 유상증자 방식 등을 통해 빚 변제를 지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케이티 이엔에스의 과실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 회사도 직원 개인비리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케이티 이엔에스 쪽은 “회사가 정말 관련됐다면 (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만, 직원 개인이 임의로 일을 저질렀다면 배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케이티 이엔에스도 피해자라는 의미다.
금융권 내에서도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출이 외상매출채권을 유동화시키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와 이 대출을 유동화한 곳, 보증을 선 곳 등이 책임 소재를 놓고 서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금융회사 간 여론전이 치열하다. 결국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방은 경찰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초기단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특정 금융회사 직원의 연루 혐의가 드러나게 되면 그에 따라 책임과 손실 계산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케이티 이엔에스 직원 김씨를 허위 매출채권을 제공한 혐의(사기 및 사문서 위조 행사 등)로 9일 구속했다. 김씨는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100여차례에 걸쳐 이 회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6개사와 공모해 통신장비 등을 납품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2300억원을 대출받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리스비 등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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