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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6 17:45 수정 : 2005.09.06 18:36

“희망을 키워요”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무담보 소액금융(마이크로 크레딧)을 받아 창업한 인쇄·복사업체 ‘이엠커뮤니티’의 문창숙(맨 오른쪽) 사장이 6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일거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회연대은행, 22억원 지원 141곳 창업 신불자·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 ‘햇살’ 후견인제 통해 관리…상환율 90% 넘어

양극화를 넘어 동반성장의 길-③ 서민 살리는 소액 무담보금융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자리잡은 인쇄·복사업체 ‘이엠커뮤니티’는 15평에 직원은 모두 합쳐 여섯명 밖에 안되지만 아침부터 걸려오는 주문 전화와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로 부산하다. 복사·제본·디자인 기획 등을 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정신장애인 4명의 공동창업으로 설립됐다. 서울 시내 한 사회복지법인의 재활센터에서 일하던 박아무개(37)씨 등이 무담보 소액금융(마이크로크레딧)을 실시하는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1천만원씩 빌린 돈을 모아 시작된 회사다. 박씨 등은 한 때 텔레마케터 등으로 일한 경력이 있지만 정신장애 때문에 오래 직장을 다닐 수 없었다. 직장을 한번 그만두고 나면 재취업은 더욱 어렵고, 소득이 없어지면 금새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악순환의 굴레를 끊으려면 결국 창업을 하는 길 밖에 없지만, 신용도 담보도 없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는 아무데도 없었다. 은행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서민 금융’을 내건 제2금융권의 문턱 역시 높았다. 무담보·저리의 종잣돈 4천만원으로 시작된 이 회사는 창업 6개월만에 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조금씩 이익이 나 새로 뽑은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었고, 지난해 말부터는 원금·이자 상환도 시작했다. 회사 경영을 맡고있는 문창숙(36)씨는 “앞으로 성패의 열쇠는 영업망을 넓혀 나가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난한 이들의 빈곤 탈출을 목적으로 지난 2002년 출범한 사회연대은행이 무담보 소액금융을 통해 창업시킨 회사는 8월말 현재 제조업·도소매업·외식업·서비스업 등 141개 업체에 이른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220여명, 지원 금액은 22억원이 넘는다. 무담보에 연 4%의 낮은 이자만 받고 신용불량자, 여성 가장 등 빈곤·금융소외 계층에게 한사람당 500만~1천만원씩 빌려준다. 대신 창업하려는 의지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창업계획을 갖고 있는지 엄격히 따진다.

국내 빈곤층 얼마나
무담보 소액금융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2000년께다. 1998~99년의 외환위기로 빈곤층이 급증한 데다 2002년 카드대란 이후 신용불량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들이 대부분 금융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면서부터다. 빈곤 지원 사회단체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방글라데시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의 무담보 소액금융기관 ‘그라민뱅크’를 본 딴 ‘신나는 조합’을 세워, 연 4%로 1인당 100만~500만원 정도의 무담보 소액 대출을 시작했다. 신나는 조합은 지금까지 총 2억5천만원 정도의 대출을 통해 28개 창업 소모임을 지원해왔다. 이 단체가 올해 초 소액금융대출 광고를 일간지에 싣자 하루에만 100통이 넘는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국내 빈곤층의 금융소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나는 조합 강명순 이사장은 “빈곤은 탈출의 대상이 아니라 퇴치의 대상”이라며 “부의 양극화로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감성적 기부나 자선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연대은행 최홍관 사무국장도 “복지제도가 생선을 잡아주는 것이라면 무담보 소액금융은 생선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무담보 소액금융 단체·기관들이 대출과 함께 중요시하는 것은 대출 전·후의 교육과 관리다. 대출을 받아 창업한 빈곤층이 실제 수익을 내고 대출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연대은행과 신나는 조합 등의 대출금 상환율은 현재 모두 90%가 넘는다. 철저한 사전교육과 치밀한 사후관리로 창업이 성공하도록 도와준 결과다. 사회연대은행은 ‘아르엠’(RM), 신나는 조합은 ‘두레일꾼’이란 전문 후견인을 통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작은 반찬제작 전문업체를 창업한 허식씨는 “대출도 큰 도움이 됐지만 창업 후 판로 개척에도 관심을 가져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무담보 소액금융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안정된 재원 확보와 전문 인력 부족, 법·제도적 지원 장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도 금융권이 수익성에만 치중하면서 서민금융이 소홀해지고 있는데다 정부도 무담보 소액금융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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