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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5 19:49 수정 : 2014.02.26 11:22

24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나란히 앉아 있다. 2014.2.24 / 연합뉴스

[현장에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국회에 “진돗개식 끝장검사 실시” 계획을 보고했다. “위법·부당행위 징후가 발견되면 검사종료일과 무관하게 사실관계를 파헤쳐 문제점을 뿌리뽑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업무보고 보도자료를 받아든 기자는 “진돗개~”란 문구를 본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정부 지배를 받는 금감원의 ‘박근혜바라기’는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다른 정부 기관도 ‘오십보 백보’이기 때문이다. 여튼 자극적 표현 덕택에 많은 언론이 금감원 업무보고를 보도했다. “진돗개~”로 ‘장사’ 잘 한 셈이다.

최근 금감원은 “진돗개~”를 보며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개운치 않다. 최근 예만 보자. 금감원은 신한생명과 은행·증권사 간에 벌어진 리베이트 의혹 진상 규명에 실패했다. 보험상품 판매 대가로 신한생명이 10개 은행·증권사에 상품권을 2억원 가까이 뿌려댔다. 하지만 금감원은 상품권을 준 쪽과 받은 쪽의 엇갈린 진술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조사 담당자는 “수사권이 없는 금감원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판매업)에 리베이트가 만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감원은 조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과는 너무 거리가 멀지 않는가.

진돗개 다음으로 눈에 걸린 표현은 “끝장 검사”이다. 진상을 끝까지 규명하겠다는 취지로 들어간 표현인 모양이다. 문제는 금감원이 아닌 제3자가 금감원이 끝장 검사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른바 검사와 제재의 투명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금감원은 제재 후 암호문과 같은 내용을 공시하고 있을 뿐이다. 금감원이 끝장이라고 강변하면 외부자는 그대로 믿어야 할 판이다.

조금 더 근본적인 궁금증도 인다. ‘금감원은 진돗개가 될 수 있나?’란 의문 말이다. 2010년 2월께 기자는 금감원이 만든 ‘검사서비스 품질제고 로드맵’ 보고서를 우연히 입수해 보도했다. ‘대외비’였던 이 보고서에는 꽤나 솔직한 자아비판이 담겨 있다. 가령 △현장 검사전 사전 준비 부족 △높은 부서간 칸막이 △신입사원 현장 투입 등 전문성 부족 등이 부실 검사의 원인으로 이 보고서는 꼽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를 거치며 이명박 전 정부 초기에 강조됐던 ‘시장 친화적 검사’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작성됐다.

김경락 기자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됐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현재 금감원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수습 차원에서 금감원은 전체 인력의 13% 가량을 동양증권 특별 검사에 두 달 가량 투입했다. 이 검사에 직원이 징발된 부서는 맡은 영역의 감독에 손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사석에서 현 상황에 대해 “개판”이라고 자조했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진돗개식 검사’가 특정 현안에 인력 몰아넣기는 아니길 바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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