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28 19:58
수정 : 2014.02.28 22:22
공개 자료서 ‘대주주 부적격’ 확인
야당·참여연대 “명백한 직권남용”
전·현직 금융위원장 등 고발 방침
외환은행 전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음을 보여주는 정부 내부 문건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그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어왔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문서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민병두·이종걸·김기준 의원(민주당)과 박원석 의원(정의당), 참여연대 등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위원회는 2008년에 이미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관련 증거물을 공개했다. 증거물은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금융위가 지난 20일 참여연대 등에 제공한 문서들이다.
이 문서를 보면, 론스타는 2007년 7월과 2008년 9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국외 비금융회사의 자산 합계가 2조원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론스타는 일본에 자산 규모 2조8500억원 상당의 비금융계열사를, 국내에도 극동건설 등 5821억원에 이르는 비금융계열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문서는 론스타가 2006년 말 기준으로 작성해 금융위에 제출한 것이다. 당시 은행법은 투자자가 영위하는 비금융회사의 자산 합계가 2조원을 넘을 경우 산업자본으로 간주하고,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소유하도록 제한했다. 지분 의결권 행사도 4%까지만 허용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위는 론스타가 스스로 비금융주력자라고 밝힌 상황에서도 의결권 제한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다”라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론스타의 적격성 심사를 담당했던 금융위 전·현직 공무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 및 고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론스타가 금융위에 이 문서를 제출한 뒤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한 2012년까지 금융위 수장은 전광우·진동수·김석동씨였다. 신제윤 현 금융위원장도 이 기간 중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만큼 피고발인 대상에 포함된다고 권 변호사는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신제윤 위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논란은 2007년 3월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가 의혹을 제기한 게 시작이었다. 론스타가 금융당국에 고의적으로 투자내역 등을 누락한 자료를 토대로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 판정을 내려왔다는 게 뼈대였다. 금융위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2011년 3월에는 “론스타가 제출한 최종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2012년 1월에는 이 판단을 뒤집었다. 2012년 1월은 론스타가 외은을 하나금융에 매각한 직후다. 당시 금융위는 “2010년 말 기준으로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 대해 금융위는 공식 답변에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ISD)을 제기한 상황이다.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논란 등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힘들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지난해 초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재판소에 4조50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동엽 금융위 금융분쟁대응팀장은 “이번 소송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부터 매각까지 전 기간을 다 다룬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외은 투자를 통해 4조원(배당·매각 이익 포함)가량을 벌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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