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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5 20:31 수정 : 2014.03.05 22:20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

은행장 결재서류 사전감사 등
이례적 행보에 “환영”, “우려” 교차
임영록회장 은행장악돕기 시각도
KB “별도로 장악력 높일 필요없다”

‘나는 뒷방으로 물러난 원로가 아니다.’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은행장과의 권력다툼으로 비칠 정도로 정 감사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은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서류가 상임감사위원을 반드시 거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이런 내용으로 ‘상임감사위원 직무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보도자료에서 “금융감독원의 지침은 사전감사를 일상감사의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며 상임감사위원 직무규정 개정 배경을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은행과장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확인했다.

당연한 듯 보이는 규정 변경이지만, 은행권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국 지침이 사실상 사문화돼 있는데다 감사가 경영진의 들러리 노릇에 머물거나 대외 로비 창구로 활용돼온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감사에게 1급 정보 접근권을 주지 않는 금융회사도 존재한다.

금융권은 지난 1월 취임한 정 감사를 주목한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인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격적인 감사 활동을 예고해왔다. 시중은행장을 지낸 한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금융권 감사의 현주소로 미뤄볼 때 정 감사의 행보는 파격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 견제에 무력한 금융권 감사의 현실에 주목하는 쪽은 정 감사의 행보에 후한 점수를 준다. 은행권 사정에 밝은 한 금융당국 간부는 “금융회사 감사에 감사원·금감원·재무부 퇴직자들이 줄줄이 갔지만 제대로 일한 사람은 없었다”며 “뒷방에서 고액 연봉에 자족하던 게 그간 감사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정 감사가 무기력한 감시 활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다.

정 감사가 국민은행 인사 시스템을 조준한 것도 주목된다. 정부 지배 아래 있는 우리은행과 더불어 국민은행은 외풍에 흔들리는 인사를 반복하면서 경쟁력이 취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민은행 퇴직 임원은 “은행장의 잦은 교체 등으로 리더십이 취약하다 보니 승진 청탁 등 인사 외풍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직 임원은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는 인사 외압의 특성상 감사가 이를 바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반응도 보였다.

반면 좋은 의도가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되레 환부를 덧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정 감사와 공직 생활을 함께 한 현직 관료는 “정 감사는 강직한 성품이긴 하지만 동시에 (업무처리가) ‘거칠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며 “이 때문에 종종 조직 내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직 시중은행장은 “감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업무처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조직 내 갈등을 불러올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 감사의 공격적인 행보의 배경을 국민은행을 포함한 케이비금융그룹의 내부 세력관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임영록 케이비금융 회장이 정 감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임 회장은 과거 재무부에서 정 감사와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감사 영입에도 관여했다. 이에 대해 문익환 케이비금융 홍보부장은 “임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은 서로 가까운 사이로, 별도로 장악력을 높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락 송경화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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