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9.21 18:33 수정 : 2005.09.21 18:33

CD금리 뱐동추이

한은 인상 신호에 이달 시장금리 0.3% ↑
주택담보대출 금리 0.1%~0.25%p 치솟아
빚내서 집 산 사람들 이자부담 훨씬 커져

월급쟁이 4년차인 박아무개(30)씨는 올해 초 큰맘먹고 구입한 34평짜리 아파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결혼을 앞둔 박씨는 퇴직한 부모를 모시고 살 요량으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8천만원, 직장조합에서 신용대출 5천만원을 받아 일산에 2억5천만원짜리 ‘내집’을 장만했다. 한달 봉급 300만원 정도에 월 60만원 정도씩 내는 이자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월급쟁이가 이렇게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에 아끼며 버텨왔다.

그러나 최근 시중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당장 다음달부터 매달 5~6만원의 추가 이자를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더 큰 걱정은 앞으로도 금리가 계속 오를 것만 같다는 점이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집을 팔 수 밖에 없지만, 매매조차 잘 안될 것 같아 밤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장 실세금리 영향으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어, 대출받아 내집 마련에 나섰던 서민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은행들이 판매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대부분 3개월 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달 들어서만 0.2~0.3%포인트 급등했다. 금리가 오르면 예·적금 등 금융자산의 이자수입이 늘기도 하지만, 금융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서민들은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서민층이어서 이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는 가계 부실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 속도 너무 빠르다=시장금리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큰 변동이 없었지만 이달 들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정책금리를 올리겠다는 강한 신호를 주자 속도는 더 빨라졌다. 대부분 시중은행의 대출 기준 금리인 시디 유통수익률은 지난 8월말까지 연 3.49~3.51% 수준을 맴돌다, 이달 7일 3.53%, 15일 3.6%에 이어 21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3.79%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를 매일 또는 매주 새로 고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연 5.5%였던 대출 기준금리를 이번주 5.67%로 높여 고시했다. 20일 정도만에 0.17%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난주 초 연 5.17%였던 모기지론 최저금리를 5.27%로 0.1%포인트 올렸고,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연 5.11%에서 보름만인 지난주 5.18%, 이번주에는 5.26%까지 올려잡았다.

지난주에는 전체 대출의 60% 이상을 3천만원 이하 소득자에게 빌려줘온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모기지론 금리를 연 6.25%에서 6.5%로 0.25% 올렸다.

서민층 허리 휜다=한은 집계를 보면, 올해 3월말 현재 가계의 전체 저축성예금(자산)은 298조8천억원, 은행 대출(부채)은 298조5천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서민층은 금융자산보다는 부채가 많아 이자수입에 비해 이자부담이 훨씬 커지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 8월 말 현재 총 대출잔액이 184조원에 이르고 있다. 최근 한은이 시중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주택담보대출액(5월말 현재)의 절반이 훨씬 넘는 56.9%(총 101조4천억원)가 2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잡은 대출이며, 6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9%(16조원)에 불과했다. ‘2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자’를 서민층으로 본다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이들이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는 101조원의 1%인 1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단순계산으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집값 2억원의 50%인 1억원을 대출받은 개인이 추가로 내야할 이자 부담은 연간 100만원, 매달 8만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연방 기준금리를 이달에도 0.25% 올려 한국과의 금리격차가 0.5%포인트까지 벌어졌고, 북핵타결로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위기여서 금리인상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며 “시장 금리상승에 따라 서민들의 부담이 늘 경우 가계부실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