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10 19:53
수정 : 2014.10.10 22:11
친박연대 대변인 지낸 정수경 변호사
19대 총선 새누리 비례대표 후보도
우리은행쪽 “은행 발전에 도움될 분”
노조 “선임 반대” 집회 열어
우리은행 상임감사위원에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내고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인사가 선임됐다. 이 자리는 지금까지 주로 감사원이나 금융당국 출신의 ‘관피아’가 낙하산으로 내려왔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정피아’(정치권 인사+마피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또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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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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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10일 오전 임시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수경(56) 변호사를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오는 12월30일까지 임기였던 감사원 출신 김용우(58) 감사위원은 이날로 퇴임했다.
정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2007~2011년)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현재 안전행정부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을 맡고 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 때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고, 친박연대의 대변인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41번에 이름을 올렸으나 당선되지 못했다. 은행이나 감사 관련 업무 경력은 없다. 상임감사에 변호사가 선임되는 건 드문 일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집권 여당의 공천판을 들락날락해온데다 금융권 경력도 전무한 인사가 온 것은, 은행이야 어찌 되든 자기 사람 자리만 챙겨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한국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례”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노조도 이날 주총에 앞서 정 변호사의 감사 선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우리금융지주는 주총을 통해 우리은행 민영화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지주와 은행의 합병을 승인했다. 은행과 지주는 다음달 1일자로 통합된다. 우리은행 지분의 100%를 우리금융지주가 가지고 있는 현재와 달리 통합 뒤엔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는 만큼 잡음을 피하려 감사 선임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56.97%)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해야 하는 예금보험공사 쪽은 이날 은행 이사회에 참여했으나 별다른 이견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보 관계자는 “경력상 큰 하자 사항은 없는 걸로 봤다”고 전했다. 예보 역시 지난 1월 문제풍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당원협의회 위원장을 감사로 선임한 바 있다.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출마를 선언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한 그는 7·30 재보궐선거 때도 예보 감사직을 유지하며 새누리당 공천을 시도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낙하산 논란’에 대해 우리은행 쪽은 “내부적으로 판단하기에 금융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식견을 갖췄고 강직함과 소탈함을 두루 갖춘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소유해 민영화를 앞두고 조직 결속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지금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될 분이라고 봤다”고 선임 사유를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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