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0 20:09
수정 : 2014.11.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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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가 기승이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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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표적…1개에 100만원 거래도
연구원·통장책 등 역할분담
30~50대가 피해자의 81%
대포통장 계좌 수는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1년 4분기 이후 올해 8월까지 모두 12만8420건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등을 통한 금융사기로 돈을 빼가는 연결고리가 대포통장이 되기 때문에, 이를 뿌리뽑지 않고서는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서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 대포통장이다. 이들은 대포통장을 모으는 ‘통장책’과 중국 칭다오(청도) 등에 사무실을 차려두고 사기 수법을 개발하는 ‘연구원’, 직접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콜조’, 전국을 돌며 보안이 허술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빼내는 ‘인출책’,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해킹팀’ 등으로 5개 부문으로 구분해 활동한다. 이주형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최근에는 어눌한 말투를 쓰는 연변족들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감이 끊긴 대출모집인 혹은 금융회사 텔레마케터 등이 한국에서 유입되면서 ‘정확한 발음’으로 사기행각을 벌인다”고 말한다.
대포통장을 확보하는 경로는 크게 3가지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 ‘통장 사드립니다, 당일 입금’ 따위의 광고를 내 사들이거나, 저금리 대출이나 취업을 빙자해 통장을 가로채기도 한다. 또 시중에서 개인정보를 불법 매입해 대포통장을 새로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 어려운 형편에 빠진 이들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1~2년 전만 해도 통장 한건당 10만~50만원가량이었다면, 최근 대포통장 시세는 100만원에 달하거나 이를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자동입출금기의 일일 인출 한도가 600만원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고액 사기에는 여러개의 대포통장이 필요하다.
금감원이 2011년 이후 지난해 6월말까지 피싱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 3만6417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포통장 개인명의자는 30~50대가 전체의 81.3%를 차지했다. 또 수도권 비중이 전체의 54.6%(1만8199명)에 달했으며, 남성이 65.3%로 절반을 웃돌았다. 대포통장을 사기범들이 확보한 뒤 실제 사기에 이용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5일 이내가 50.9%다. 일단 피해자가 사기에 걸려들어 돈을 송금하면 이를 5분 만에 신속하게 빼내간다고 금융당국 쪽은 설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기 피해 유형을 분석해보면 피해 발생 1시간 이내에 계좌를 정지해도 구제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300만원 이상 입금 시 10분 동안 인출을 못하게 하는 제도가 있지만 299만원으로 끊어서 넣거나 피해자에게 장시간 전화를 걸어 꼼짝 못하게 하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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