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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6 17:47 수정 : 2005.09.27 10:38

생생 투자칼럼

“높은 대출이자 내면서 왜 적금은 따로 가입했죠?” 재무상담을 하면서 자주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잘 몰라서 그런 경우도 있고, 은행 직원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냥 한 경우도 있다. 남편은 높은 마이너스 대출이자를 부담하면서 아내는 그보다 훨씬 이자율이 낮은 적금에 가입한 경우도 있다. 어이없는 일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불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상담을 벌인 한 자영업자는 사업자금으로 은행에서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2천만원을 연 12%로, 1천만원을 연 11%로 대출받아, 월 이자는 합쳐서 약 29만원 정도다. 대출과 함께 적금에 가입했는데, 월 불입액은 80만원이고 금리는 연 4.2%다. 상담시점까지 적립된 금액은 1900만원이었는데, 이자소득세율을 감안하면 이자율은 3.8%정도 되는 셈이다.

대출이자는 11%가 넘는데, 대출금을 갚기 위한 적금 이자율은 겨우 3.8%다. 더 큰 문제는, 대출이자는 3년 내내 원금 3천만원에 대해 11% 이자율이 적용되는데(월 29만원), 적금은 적립된 금액에 대해 이자가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은행에 내는 대출금 이자는 월 29만원씩, 3년 동안 총 1044만원인데 비해, 적금에 대한 이자는 세금을 빼면 168만원 정도다. 무려 876만원을 더 내고 있는 것이다.

보통 상환방법에 따라 총 납입이자가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2천만원을 대출 받아 연이자율 10%로 5년간 상환한다고 해보자. 만기 일시상환으로 하면 총 이자가 1천만원이다.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하면 약 550만원, 원금 균등상환은 약 508만원이다. 은행에 내는 이자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만기 일시상환으로 하면 원금을 갚을 길이 막막한 것이 더 큰 문제다. 결국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은행에서는 대출을 해주면서 적금을 권장하는데, 이것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손해를 보는 방식이다.

따라서 대출상품을 선택할 때 금리를 우선시 할 게 하니라 대출상환 계획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전체 지출계획을 고려해서 감당할 수 있는 원리금 상환금액을 설정하고 대출기간·금액을 정하게 되면 원금도 갚아나갈 수 있고 이자도 덜 낼 수 있다. 상담 신청자에게 이런 원리를 설명해 주며 “대출금을 먼저 갚는게 좋겠다”고 말해도 대개 반응은 시큰둥하다. 은행에서 이런 방식이 아니면 대출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짐작이다. 함께 은행에 찾아가 적금을 해약하고 1900만원을 상환했다. 나머지 원금 1100만원은 2년 간 원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바꿨다. 그동안 거래실적을 내세워 이자율도 7%로 낮췄다.

‘부자가 되려거든 은행을 떠나라’는 말이 이제 낯설지 않다. 은행이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금융회사와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잘 모른다고 내버려두지 말고,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만 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새어나가는 돈을 잡을 수 있다.

김경식/포도에셋 제이리치지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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