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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26 20:24 수정 : 2015.01.26 21:27

첫해만 반짝…작년말 기준 16조
금리경쟁력 떨어지자 인기 시들

정부가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늘리려고 만든 적격대출이 반짝 ‘인기몰이’를 한 뒤로 실적이 저조하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4%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그나마도 신용등급이 높은 대출고객에게 쏠려 있어 가계부채의 구조적 부실 위험을 줄인다는 정책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주택금융공사에 의뢰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적격대출의 신규 취급액은 2012년 14조1914억원에서 2013년에는 4조862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어 지난해 9조8678억원으로 한해 전보다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2012년 출시 첫해 실적에는 한참 못 미쳤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말 16조6993억원으로 전체 은행 주택담보대출(406조8787억원)의 4.1%에 그친다. 이런 비중은 2013년(4.7%)보다도 낮아졌다.

은행별로는, 에스시(SC)은행의 지난해 신규 취급액이 1조889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3조7352억원), 우리은행(2조1437억원), 농협은행(1조1415억원), 하나은행(4552억원) 등의 차례였다. 상대적으로 씨티은행(484억원)이나 신한은행(105억원) 등은 신규 취급액이 저조했다.

적격대출은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을 마련하면서 2012년 3월에 처음 선보였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빌려준 대출을 주택금융공사가 인수해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유동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대부분 10~30년의 장기 분할상환 방식에다 고정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리스크가 큰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 비중을 줄이려는 정부 정책 목표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적격대출은 주택저당증권의 금리를 정하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예고로 급등함에 따라, 2013년 하반기 이후로 판매 실적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변동금리 대출상품에 견줘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금리 경쟁력에서 밀려난 결과였다. 대신 적격대출의 빈자리는 ‘혼합형 금리’를 내세운 대출 상품들이 차지했다. 3~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받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판매로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적격대출은 지난해 5년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금리조정형 상품이 나온 뒤로 그나마 판매 실적이 2013년에 견줘 늘었다.

적격대출이 신용등급이 높은 고신용자에게 주로 공급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적격대출 잔액(16조6993억원)을 신용등급별로 구분해서 보면, 1~4등급에 전체의 76.4%가 몰려 있다. 5~6등급은 19%, 7~8등급은 3.8%에 그쳤다. 적격대출 상품은 신용등급 8등급 이내 차주에게만 판매된다. 박원석 의원은 “국민 세금을 담보로 해서 운영되는 적격대출은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 등으로 인해 향후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기존 대출자를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데 정책 목표가 맞춰져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양호한 대출고객에게 적격대출 공급이 집중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3월 새 적격대출 상품을 선보이면서 다시 ‘흥행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변동금리 수준의 낮은 금리 조건, 소득공제 혜택 등을 유인책으로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이번에는 분할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원금의 30%가량을 만기에 한꺼번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조건도 제시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대출자들이 초기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사가 손실을 떠안더라도 금리를 낮춰서 새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적격대출

정부가 2012년에 장기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 만든 주택담보대출 상품.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면 공사가 이 대출을 주택저당증권(MBS) 형태로 유동화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만기 5~30년, 고정금리(혹은 금리조정형) 조건으로,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고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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