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8 21:21
수정 : 2005.09.28 21:21
외국은행 ‘자본유출 의혹’ 묻자 “국제적 명성 믿는다”
윤증현 금감위원장 국감답변…재벌 지배구조 긍정도
지난 26~27일 진행된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몇몇 ‘소신 발언’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자본유출 의혹의 조사 대상인 한국씨티은행과 미국 씨티은행에 대해 ‘국제적 명성’을 이유로 “믿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에서도 “경쟁력 있으면 그게 좋은 것”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여당 의원과 부딪치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27일 국감에서 이근식 의원(열린우리당)이 “한국씨티은행이 모은행과 거래하면서 싼 이자로 빌려주고 비싼 이자로 빌려와 국부를 유출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국제적 명성을 가진 씨티뱅크가 국제적 거래 관행을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고 답변했다. ‘조사해봐야 별거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불공정 소지가 있다면 오는 10월 예정된 검사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담당 국장의 답변에 이어진 부연설명이어서, 검사 전에 결과를 예단해 공표한 셈이다. 게다가 금감원은 이번 국감 과정에서 옛 씨티은행의 사기대출 의혹에 대해 “약관에 문제가 있어 시정권고를 내렸다”고 밝혀, 씨티의 ‘국제적 명성’이 한국에서는 별 효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늘 “외국자본이 천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외국계 은행의 영업 행태에 대해서는 “설마” “그럴 리가”라는 식의 편견을 드러낸 셈이다.
또 윤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감에서 유승민 의원(한나라당)이 “외국 유수 기업의 역사를 보면 결국 살아남은 기업의 지배구조가 나은 것인데 장기적 관점에서 동의하나”라고 묻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윤 위원장은 김현미 의원(열린우리당)으로부터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참여정부의 장관직을 맡은 사람이 개인 소신이라는 단서를 달아 이에 역행하는 생각을 밝힐 수 있는가”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윤 위원장의 이런 소신 때문에, 금감위가 금산법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결국 정치권이 나서도록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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