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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9 18:34 수정 : 2005.09.29 18:34

경제프리즘

지난 상반기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낮추기로 제살 깎기 경쟁을 벌였던 은행들이 이번에는 고금리 특판예금으로 또다시 ‘레드 오션’에 빠졌다. 몇몇 은행장들이 주택담보대출 출혈 경쟁이란 레드오션에서 ‘블루 오션’으로 나아가자고 선언한 지 겨우 몇달만이다.

연 3% 중반대인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무려 4.5%의 고금리를 내걸면서 출혈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외국계 은행들이었다. 지난 12일 SC제일은행이 물꼬를 트고 한국씨티은행이 뒤를 잇자, 하나·신한·우리은행이 황급히 대열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다 고객을 가진 국민은행과 농협도 며칠 후 “고민끝에 합류하기로 했다”며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외환·기업은행에 이어 29일에는 조흥은행이 막차를 탐으로써, 국내·외국계 시중은행, 국책·특수은행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은행들이 ‘핏빛 바다’에 몸을 던졌다.

예상대로 각 은행의 연 4.5%의 정기예금에는 저금리로 갈곳 잃은 뭉칫돈들이 몰려 들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하루 평균 3천억원이 들어와 시판 4일만인 29일 가볍게 1조원을 넘어섰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런데 이렇게 뭉칫돈이 몰려드는데도 은행들은 그다지 기분좋은 표정이 아니다. 너무 높은 금리 탓에 이익보다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3.5%일 때도 역마진(손해)이 나는 경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번에는 무려 1%포인트나 금리가 높으니 손해보는 장사라는 얘기다.

8·31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마저 줄어 쌓아둔 돈 굴리기에 고민하던 은행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에 앞다퉈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이 하기 때문’ 이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이런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입은 손해를 누구에게 전가할 것인가이다. 이번 고금리 특판예금은 대부분 최저 가입금액이 1천만원 이상이어서 서민들이 가입하기에는 쉽지 않다. 부유층에게는 고금리 혜택을 주고, 이로 인한 손실은 높은 대출금리를 매겨 서민들에게 떠안길 공산이 크다. 공멸을 부른다는 레드 오션 탓에 애꿎은 서민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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