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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9 18:57 수정 : 2005.09.30 10:07

29일 오전 국세청 기자실에서 한상률 조사국장이 외국계 펀드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임대수익등 합치면 눈덩이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은 그동안 얼마나 벌었을까.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외국자본들은 지난 7년간 기업(은행 포함)과 부동산 분야에서 알려진 것만 대략 5조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이 예정된 외환은행 지분 등을 더하면 차익 규모는 7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동산을 갖고 있는 동안 거둬들인 임대료 수입과 주식시장에서 거둔 수익을 따진다면 실제 이익은 훨씬 커진다.

외국자본 주요 매매차익 사례
외국자본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주로 약해진 은행이나 기업을 사들인 뒤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골드만삭스가 하이트맥주에 판 진로가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이 거래에서 1조2천억원 가량의 이익을 남겼다. 에스케이그룹 경영권 다툼으로 잘 알려진 소버린은 에스케이 주식을 팔아 8천억원을 남겼다.

은행은 외국자본 매수대상 1순위로 꼽힌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을 매각해 1조1500억원을, 칼라일은 한미은행으로 7천억원을 챙긴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매각이 가능한 외환은행의 경우 론스타가 지분 51%를 전량 매각하면, 대략 1조5천억원 이상의 매각 차익으로 투자금보다 많이 챙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로는 미국계 펀드인 에이치앤큐(H&Q) 컨소시엄이 5200억원을 남기고 신한증권에 매각한 굿모닝증권과 비아이에이치(BIH)가 1천억원 가까운 매매차익을 남긴 브릿지증권이 있다.

대형빌딩 시장도 외국자본에는 ‘땅짚고 헤엄치는’ 놀이터였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말 론스타가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매각한 스타타워다. 론스타는 6800억원에 사들인 이 빌딩을 9600억원 가량에 매각해, 280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론스타는 극동건설 매각에서도 890억원을 남겼다. 이밖에 골드만삭스가 대우증권 빌딩과 은석빌딩으로 500억원 이상을 챙겼고, 시디엘(CDL)이 시티타워를 팔아 400억원을 챙기는 등 외국자본은 부동산 매매로만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아직도 40여개의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총수익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각종 규제는 한꺼번에 풀면서 이들의 지나친 이익 챙기기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해 사실상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돼버렸다”며 “국제 기준에 견줘 지나치게 풀어준 부분은 조정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론스타의 탈세 흐름도


론스타등 수천억 차익에 세금 ‘0’…‘먹튀 펀드’ 방울 달았다

자회사 내새워 편법거래→실제 귀속자에 과세

국외관계사에 고율이자→차액만큼 세금물려

‘부동산으로 수천억원의 차익을 올렸음에도 세금은 0원.’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외국계 펀드들은 도관회사(실질적인 소득·자산의 지배·관리권이 없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를 통해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남용하고, 국외 관계사에 정상이자보다 1.5~2배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이번 조사에서 업계의 예상치인 800억~900억원의 두배를 뛰어넘는 세금을 추징함에 따라 조세회피지역 등을 이용한 다른 외국계 펀드들의 탈세에 대한 조사도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은 대표적 사례로는 론스타가 꼽힌다. 미국 국적의 이 회사는 벨기에에 조세회피용 자회사 스타홀딩스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다시 ㈜스타타워(론스타코리아)에 100%를 출자했다. ㈜스타타워는 2001년 서울 강남에 있는 스타타워 빌딩을 6200억원에 산 뒤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올해 초 싱가포르투자청에 주식을 100% 매각해, 2800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주식거래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는다’는 한국과 벨기에 간 조세협약을 내세워 한국에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매각 주체가 벨기에 법인인 스타홀딩스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조세피난처 격인 벨기에에 있는 스타홀딩스는 도관회사에 불과할 뿐, 스타타워 관련 주식의 취득·관리·양도에 실질적으로 간여한 적이 없어 한국과 벨기에 간 조세협약의 혜택을 받을 만한 사업활동이나 자산관리 능력이 없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론스타코리아는 건물 인수 전부터 매각 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조세회피 계획을 작성하여 실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한국과 벨기에 간의 조세협약을 적용하지 않고 ‘부동산 주식 50% 이상을 보유한 부동산 과다보유법인 주식은 과세할 수 있다’는 한-미 조세협약을 적용했다. 부동산 보유법인에 대한 과세는 부동산이 소재한 나라에서 하는 것이 국제 관례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에서 지급하는 이자에 대해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국외 관계사에 한국 관계사가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지급해, 부당하게 돈을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한 외국계 펀드의 경우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의 필요자금을 국내은행에서 충분히 낮은 이자로 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제3국에 별도 자회사를 설립한 뒤 1.5~2배 높은 이자의 자금을 빌려 들여왔다. 이렇게 하면 국내 자회사의 이득이 고스란히 국외로 빠져나가,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세금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윤종훈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정상적인 이자가 8%라면 우회차입한 자금은 10%가 훨씬 넘는 수준”이라며 정상이자율과 국내 자회사가 부담한 고리의 이자율 차이에 대해 과세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외국계 펀드들이 이밖에도 증권거래세 신고를 누락하고, 부적정하게 경비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고 밝혔다. 특히 증권거래세 신고를 누락한 펀드의 경우 관련법상 검찰 고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외국계 펀드에 국제기준을 적용해, 탈루세금을 추징했다는 의의가 있다. 론스타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는 대우증권빌딩과 은석빌딩, 웨스트브룩은 센트럴빌딩, 에이아이지도 부동산리츠 등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바 있다.

이번 조사로 자신감을 얻은 국세청이 향후 유사한 방식으로 이익을 남긴 다른 외국계 펀드에 대해 조사를 실시할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일은행 매각과정에서 1조1500억원(추산)의 차익을 남긴 뉴브리지 캐피탈과 소버린, 헤르메스, 비아이에이치(BIH) 등을 거론하고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이중과세방지협약 어찌할꼬

정부 개정협상 나섰지만 상대국 반발 만만찮아

외국계 펀드가 우리나라에서 수익을 거둬들이면서도 국내에 세금을 내지 않는 근거는 이중과세 방지협약 때문이다.

이중과세 방지협약이란 외국에 진출한 기업이 양쪽 국가 모두에서 세금을 무는 것을 막기 위해 한쪽 나라에서만 세금을 물리자는 두 나라 간 약속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초반부터 개별 국가와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어 현재 미국, 일본 등 62개국과 협약을 맺고 있다. 이런 조약 대부분이 외자유치가 절실했던 1970~80년대에 체결돼 거주지 과세 원칙을 따르고 있다. 미국, 영국, 벨기에,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세금을 한 푼도 걷지 않는 ‘조세피난처’(tax haven)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 조약이 악용되고 있다.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카리브해의 영국령 버진군도, 말레이시아령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특정국가에 진출해 수익은 진출국가에서 벌어들이지만,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결과적으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을 매각해 1조1500억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를 둬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정부는 내년부터 국제 투기자본에 대해 국제조세법에 따른 실질과세 원칙을 명문화 하는 등 사실관계 판단을 통해 철저히 세금을 물리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투자자가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를 추적해 과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하고, 탈루를 목적으로 조세회피 지역에 본사를 설립한 외국자본에 대해선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상대국과 조세조약 개정도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 투자자들의 반발이 우려될 뿐 아니라 외국과의 조세조약 개정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라부안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7월 말레이시아와 협상을 벌였으나, 말레이시아 쪽이 이를 거부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9일 제주 아펙 재무장관 회의에서 말레이시아 쪽에 라부안의 조세조약 적용 제외를 또한번 공식 요청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말레이시아와 재협상을 시작한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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