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7.02 20:21
수정 : 2015.07.02 21:12
케이디비·신한·교보생명 등
생전에 연금 주는 상품 내놔
외환위기 뒤 위기감 높아지며 주목
2000년대 들어 중대질병 보장 추가
노후소득 걱정 늘며 ‘3세대’로 진화
시대 상황 따라 보장 성격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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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변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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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종신보험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망해야 보장받을 수 있는 기존 종신보험의 고전적 개념에서 벗어나, 죽기 전에 혜택을 받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다.
케이디비(KDB)생명은 이달부터 종신보험의 사망보장금에서 생활비와 의료비를 미리 쓰는 ‘무배당 유초이스 종신보험’을 판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앞서 신한생명도 지난 4월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하는 ‘신한 연금 미리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을 출시했으며, 같은 달 교보생명도 가입자의 생전 보장을 강화한 ‘나를 담은 가족사랑 무배당 교보 뉴 종신보험’을 내놨다. 이들 모두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생전에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은퇴 뒤에 찾아올 수 있는 생활자금 부족에 대비할 수 있다.
원래 종신보험은 보장기간을 한정하는 ‘정기보험’과 달리, 기간을 정하지 않고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내에 들어온 종신보험은 초기에 ‘평생보장보험’ 등의 상품으로 판매된 바 있지만,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 죽어야 보험금이 나와 소비자들의 반감이 강했고, 보험사들도 ‘목숨 가지고 장사한다’는 비난을 피하려 적극적으로 팔지 못했다.
이후 90년대 중반께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가족 사랑’을 앞세워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실직한 가장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고, 갑작스러운 가장의 부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종신보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보험가입자가 살아 있을 때 보장 혜택을 넓히는 방향으로 종신보험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종신보험이 중대질병(CI)보험으로 변신을 꾀할 때다. 이는 가입자가 중대 질병에 걸릴 경우 사망보험금 일부를(50~80%) 미리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암과 뇌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생전에 중대한 질병에 걸려, 목돈이 필요하거나 가입자가 일을 할 수 없게 될 경우를 대비한다는 취지로 나왔다.
평생보장보험, 중대질병보험이 1·2세대 종신보험이라면, 3세대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으로 미리 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66살 이상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비율)은 2013년 기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은퇴자 등 노년층의 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금융위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와 관련 상품 개발 즉각대응팀(TF)을 꾸렸다. 티에프는 연금상품 다양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 선지급 상품’으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으로 미리 받는 상품들을 개발했다. 최근 교보·신한·케이디비생명 등이 출시한 3세대 종신보험 상품들이 출시된 배경이다.
2세대 종신보험이 중대 질병 치료비에 한해 사망보험금을 선지급받을 수 있었다면, 3세대 보험은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도 미리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망보장금이 1억원이라면, 6000만원을 연금으로 매달 일정 금액 나눠 받고 4000만원을 사망 시 보험금으로 받는 형식이다.
종신보험은 다른 상품에 견줘 보험료가 비싸지만, 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연금보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하지 못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이지 연금을 받기 위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가 목적이라면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낫다.
평균수명이 늘고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등 종신보험이 진화하게 된 배경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일 보험개발원이 생명보험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2년 70대 이상의 생명보험 질병 및 재해사망 계약 10만건당 사망 건수는 2988건으로, 2003년(7465건)에 견줘 60% 감소했다. 이는 10대 29.7%, 20대 29.5%, 30대 30.3% 등 저연령층의 사망 건수 감소율에 비해 매우 높다. 종전보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고령층에게 은퇴 뒤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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