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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15 19:48 수정 : 2015.10.15 22:28

KEB하나 “변형근로 확대 고려”
타 은행들도 운영확대 고민중
행원들 “지금도 퇴근 늦는데”
노동 여건 악화 불안감 표출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는 한마디로 금융개혁의 화두를 은행 지점 영업시간 연장으로 돌려버린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 뒤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영업시간 연장을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눈치 보기’에 나섰다. 해법 가운데 하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등이 거론되자 은행원들은 노동 여건 악화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13일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비(KB)국민은행도 영업시간을 변경해 운영하는 점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쪽은 15일 “상반기부터 진행중인 영업점 체제 개편과 함께 (늦게까지 문을 여는) 특화 점포 확대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농협 등을 비롯해 일부 외국계 은행들도 영업시간을 변경해 운영하는 지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내 은행들이 윗선의 말 한마디에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관치금융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업시간을 연장한 점포를 지금보다 늘리는 데에는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중은행들은 지금도 대형마트·쇼핑몰, 법원·구청 같은 관공서, 공항 등에서는 점포 문을 오래 열어 두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안산시 단원구 등에서는 송금 업무 등의 편의를 위해 평일에도 오후 4시 이후까지 은행문을 연다. 일요일에 영업하는 곳도 있다. 고객의 수요에 맞춰 영업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셈이다. 이런 특수 점포는 은행별로 10~200여개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사정과 관계없는 점포의 운영시간을 연장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이 보편화되면서 은행 창구를 통한 거래량이 적게는 전체 거래의 10%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또 영업시간을 늘려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하려면 당장 수익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김정태 회장이 밝힌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도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정훈균 노동법률원 노무사는 “일이 많을 때는 하루 근로시간을 늘리고, 그 반대일 경우에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은 근로자 대표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하루 근로시간은 그대로 둔 채 출퇴근 시간만 변경해 특수 점포를 운영하면서 행원들의 지원을 받아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데, 해당 점포가 늘어날 경우 지원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도 미지수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은행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김아무개(32)씨는 “지금도 퇴근이 늦어지는 일이 많은데, 앞으로 영업시간이 확대되거나 근로형태가 바뀌면 근로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며 “특수 점포는 늘어나는데 지원자가 없을 경우 누군가가 비자발적으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노동 여건은 더욱 악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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