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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22 19:59 수정 : 2015.10.22 22:15

회사 “성과 등급화해 경쟁력 키우게”
노조 “직원 줄세워 구조조정 악용 우려”

케이비(KB)국민은행 노사가 진통을 겪고 있다. 회사 쪽이 직원들의 자기계발이나 영업실적 지표를 등급화해 직원들이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20일과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영업실적 및 자기계발 자가진단 서비스’ 무효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19일 사내방송을 통해 내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을 직무와 직급 등으로 구분한 뒤 이를 지역본부나 영업점 등으로 묶어 직원이 자신의 실적 순위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은행 쪽은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것으로 다른 시중은행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중”이라며 “자신의 순위를 확인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인사평가 등에는 활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쪽은 실적 평가가 직원들을 줄 세우고 언제든 저성과자 퇴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를 퇴출 프로그램과 연계하면 구조조정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은행은 2010년 실적이 나쁜 직원을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배치시키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기근속자가 많은 인력구조를 바꿔 효율을 높이려는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자가진단 서비스 같은 평가 시스템이 사실상의 권고사직 형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는 2076명(5월 현재 기준·예정자 포함)으로 최근 4년 동안의 희망퇴직자 5111명의 40.6% 규모로 늘었다. 앞으로 신청자가 줄어들 경우에는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상반기 10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는데, 자기진단 서비스가 도입되면 성과가 낮은 직원들은 회사에 남기보다 차라리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기면 회사 쪽이 좀더 수월하게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티(KT)의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문제를 지적해온 케이티 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실적 위주의 성과 평가 프로그램은 정부 정책이나 기업 효율성 제고 논리와 맞물리면 언제든지 노동자를 옥죄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어 주의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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