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03 20:04
수정 : 2015.11.03 20:56
은행들 서비스 차별화 내세워
재밌고 다양한 캐릭터 만들고
알림 기능으로 저축습관 유도
적금 등엔 게임 방식도 활용
내년 7월까지 금리 우대 등 혜택
|
케이비(KB)국민은행 캐릭터
|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2000년 ‘리디자인, 일상의 21세기’ 전시에서 네모난 두루마리 화장지를 선보였다. “재밌다”와 “의미심장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존 틀을 벗어난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각이 져 쉽게 풀리지 않는 휴지에 환경 보호라는 습관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뜻도 담겨서다. 휴지는 당시 가벼운 재미와 이에 바탕을 둔 행동 유도라는 ‘너지 마케팅’ 바람을 타면서 꽤 유명해졌다.
금융권에서도 이처럼 재미와 습관에 초점을 맞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전용 상품이 나오면서다. 종이통장의 제약에서 벗어나면 캐릭터 도입, 게임 형식 차용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종이통장 발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통장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각 은행은 온라인 상품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이 내년 7월까지 종이통장을 만들지 않는 이들에게 금리 우대나 수수료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게 했다. 비용 절감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걸 수 있는 온라인 상품 시장 선점이 중요해진 것이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은행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전용 상품에 개성을 입히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은 ‘재미’다. 그중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캐릭터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2012년부터 손으로 만지면 움직이면서 말을 하는 3D 캐릭터(사진)를 앞세운 스마트폰 전용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우리은행이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최근 만들면서 꿀벌 캐릭터를 도입하는 등 은행들은 모바일 환경에 어울리는 시각물 찾기에 나서고 있다.
‘게임’도 활용되는 도구다. 케이비국민은행은 계좌 현황을 농장으로 표현한 뒤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예금주가 선택한 동물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스마트폰 전용 예·적금 통장과 목표금액을 채우면 알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황금알을 낳는 적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아예 계좌를 만들 때 게임 아이템을 주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출판사와 제휴해 모바일 홈페이지에 인문, 경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쌓아두고 이를 볼 수 있게 하면서 출석 체크를 하거나, 내용을 공유하면 금리 혜택을 주는 ‘지적 재미와 금융 상품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재미와 함께 ‘습관’도 관심사다. 신한은행은 ‘신한 저축 습관 만들기 적금’을 팔고 있는데, 스마트폰 알림 기능으로 저축 일정과 목표 달성 여부 등을 볼 수 있게 해 저축 습관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은행들은 금연·금주 등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세우면 금리 혜택을 주는 상품 등을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기도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커피나 택시 등 아이콘을 누르면 그 가격만큼 바로 저금이 되는 서비스도 모바일 전용 상품에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블릿 피시나 스마트 워치 등도 적극 활용된다. 농협은 1일부터 현금카드 없이 스마트 워치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고, 한국씨티은행은 태블릿 피시로 종이로 된 각종 신청서를 대체해 갈 예정이다. 부산은행도 점포 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 태블릿 피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전 영업점으로 확대하겠다고 3일 밝혔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