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02 20:19
수정 : 2015.12.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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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안효정 kid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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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저금리 등 실적저조 탈출구로
외국인 대상 ‘특화 서비스’ 마련중
고소득·전문직 상담창구 운영 시작
하나은, 중국인 자산가 겨냥 점포도
외국인 노동자 많은 안산 일대엔
본국 송금 돕기 위해 주말에도 운영
다문화 가정 위한 통역서비스 제공
지속되는 저금리 환경 등으로 좀처럼 경영 실적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은행권에 새로운 수익 사업을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여기에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점포 기능을 바꾸는 일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은행들이 최근 눈길을 돌리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들이다. 비교적 잠재 수요가 많아 은행들은 기존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송금 서비스 등에 이어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나 고소득 자산가들을 겨냥한 프라이빗 뱅킹(PB)과 특화 점포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언어 소통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교육 부재 등으로 불완전 판매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들에 대한 금융 서비스 강화를 주문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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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주요 외국인 대상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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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게 국내에 살고 있는 고소득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점포다. 국내에 거주하는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 외국인은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은행들은 자산 규모가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상담 전용 창구를 운영하는 등 영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 대기업 본사 등에 외국인 소비자 대상의 ‘글로벌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이 전문직 종사자와 함께 특히 공을 들이는 이들은 중국인 자산가들이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6월 국내 최초로 외국인 자산가를 위한 전용 프라이빗 뱅킹센터인 인터내셔널피비센터(IPC)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열었다. 케이이비하나은행 관계자는 2일 “하나은행 피비센터와 옛 외환은행의 외국 고객 담당 부서, 중국 현지법인 등에서 경험을 쌓은 중국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중국유한공사 등과 연계해 자산 관리와 투자 유치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과 제주, 상하이 등에도 점포를 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중국인 투자자 등이 몰리며 부동산 투기 우려까지 낳았던 제주도에 중국인 특화 점포를 내는 등 중국인 자산가들 잡기에 나서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가 첫발을 떼고 있다면 ‘다문화 금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송금 서비스 등은 범위를 더 넓혀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03년 60만명에서 2013에는 154만명으로 늘었고, 이들 가운데 80만명가량이 취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비(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이들의 지난해 국외 송금액이 약 58억달러(약 6조8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잠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경기도 안산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주말에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점포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통역 서비스를 통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적금 등 전용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몽골과 필리핀 등 국가별 거주 인원이 많은 곳에 점포를 내고 외국인 대상 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금융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러시아와 몽골, 베트남어 등 다국어가 지원되는 스마트뱅킹 프로그램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데, 콜센터 등을 연계해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 금융이나 외국인 노동자 대상 금융 서비스를 통해 은행은 잠재 고객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금융 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돼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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