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14 01:18
수정 : 2016.01.14 01:18
사고차 수리비 정비업체의 1.86배
렌트 기간 9.48일…평균은 4.72일
“수리 지연에 보험료 인상 부메랑”
삼성·메리츠·동부 등 배상 소송
현대·기아차 “서비스 품질 차이
신뢰도 보고 고객 몰리기 때문”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현대기아차 소속의 직영 정비사업소가 사고차 수리에 늑장을 부려 보험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나섰다. 법원은 일단 보험사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손해 배상 청구액은 수백만원대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제조사 소속 직영 정비소와 보험사가 ‘갑을’ 관계에 있는 만큼 을들이 ‘반기’를 든 셈이다. 보험사들은 “지연수리가 수리비와 렌트비를 올려 결국 보험료 인상을 야기한다”는 입장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정비 신뢰도를 보고 고객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3일 손해보험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삼성화재(1건)·메리츠화재(7건)·동부화재(1건)·케이비화재(2건)·흥국화재(3건)·롯데화재(4건) 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모두 18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 직영 정비소들이 일반 정비업체보다 유독 수리를 늦게 해 렌터카 업체에 렌트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직영 정비소는 자동차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정비업체로, 완성차 업체의 자체 보증 수리뿐 아니라 보험 적용을 받는 사고 수리도 겸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현대차는 전국에 23곳, 기아차는 19곳을 두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차 차주들이 이왕이면 규모가 크고 기술력이 좋은 직영 정비소를 찾다 보니 보험사들에는 ‘갑 중의 갑’으로 통한다. 그래서 일반 정비업체보다 수리비가 비싸고 수리 기간이 길어도 따지거나 항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한 손해보험사의 통계를 보면, 직영 정비사업소의 수리비·렌트비는 일반 정비업체에 견줘 상대적으로 비쌌으며, 그중 현대차의 수리비와 렌트비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반 정비업체의 건당 ‘평균 수리비’가 100만3300원인 데 견줘 현대차 직영 정비소는 192만1000원(직영 정비소 평균 170만4000원)으로 1.86배(직영 정비소 평균 1.65배)나 비쌌다. 구체적으로 에쿠스 엑스지(XG)의 뒷범퍼 교체비용을 비교했더니, 일반 정비업체는 31만9000원이었으나 현대차 직영 정비소는 60만8100원으로 거의 2배 수준이었다. 수리를 위해 차량을 맡기고 대체 차량을 빌리는 ‘렌트 기간’ 역시 일반 수리업체가 평균 4.72일인 데 견줘 현대차 직영 정비소는 9.48일이나 됐다.
더러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충남 쪽에서 사고가 난 10년 이상 된 차량 사주가 굳이 수도권의 한 직영 정비소에 수리를 맡기겠다고 고집했다. 수도권이 더 붐비고 수리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는 걸 알고 렌트카를 좀 더 오래 사용하려는 꼼수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싼 수리비와 렌트비가 보험료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사고차 수리비 등은 가입자의 보험료로 충당되기 때문에 보험료 상승의 요인이 된다. 또 비슷한 규모의 사고를 냈을 때 일반 정비업체보다 직영 정비소에 맡긴 소비자의 보험료가 더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직영 정비소의 지연수리 행태 탓에 추가로 지급되는 보험금이 한해 12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법원도 보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삼성화재가 현대차 직영 정비소의 지연수리를 이유로 2012년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7민사부(재판장 예지희)는 “직영 사업소에 차량 부품이 다수 확보돼 있고, 수리 대기 차량이 많지 않았는데도 (국토교통부가 정한) 표준작업시간표에 따른 적정 수리 기간을 초과해 보험사에 피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며 초과 렌트비 306만5550원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1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는 이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완성차가 운영하는 정비소는 숙련된 인력, 첨단 장비, 다양한 부가서비스 사용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일반 정비업체에 비해 수리비가 높다. 직영 정비소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 수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일부러 수리를 지연시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유선희 박현정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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