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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0 16:54 수정 : 2016.07.20 20:27

유상증자로 주가하락 예상되자
주식 빌려 파는 ‘공매도’로 차익
개인 금지돼 외국인·기관만 돈 벌어

“공적자금 지원 기업엔 부적절” 지적
당국 “공매도 땐 신주청약 금지 검토”

공모주 청약 등 유상증자 절차를 진행 중인 현대상선 주가가 최근 공매도 급증으로 사흘 연속 급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책 금융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을 도모하는 기업이 유상증자를 준비하던 중에 제도의 빈틈을 노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배만 불려줄 가능성이 커져서다.

20일 현대상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천원(8.20%) 내린 1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1일 1만4400원(종가 기준)에 견줘 22.22%가 떨어졌다. 주가 급락의 주범으로 공매도가 꼽힌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싼값에 되산 뒤 차익을 챙기는 매매 기법을 말한다.

앞서 현대상선은 8월에 2조6000억원대 유상증자를 계획하면서 신주발행 가격을 11∼13일 3거래일 종가 평균 1만3611원에서 30% 할인된 9530원으로 결정했다. 여기에 현대상선 회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나 여신을 보유한 케이디비(KDB)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보유한 금액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산업은행은 2420억원을, 신용보증기금은 2337억원을 출자전환해 신주로 받게 된다. 이 때문에 8월5일 신주 상장이 되면 5년간 매도가 금지된 채권단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매도에 나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증권가는 물론 금융당국도 예상한다.

이를 이용해 공매도가 크게 늘었다. 지난 1일 매매 비중에서 0.71%이던 공매도가 11일 10.84%, 14일 13.33% 등으로 많아졌다. 이 기간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현황을 보면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제이피(JP)모건, 메릴린치 등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많았다. 주식을 장기간 빌려(대차거래) 공매도를 한 이들은 향후 9530원에 신주를 배정받거나 유상 증자 뒤 가치가 떨어진 주식을 사 되갚는 방식 등으로 차익을 노릴 수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현대상선이 관리종목이어서 증권사로부터 신용으로 주식을 사(대주거래) 공매도를 할 수 없다. 결국 대부분 주가 하락을 예상하지만,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만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증권사 분석가는 “공매도는 주가의 거품을 빼거나 차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유상증자를 이용한 공매도는 ‘공적자금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이익을 불려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이나 대우조선해양 등도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커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판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제도 개선을 고민 중에 있다. 장준경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미국은 공매도를 한 경우 신주 청약을 금지하는 제도가 있어 이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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