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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0 18:42 수정 : 2005.10.30 18:42

전문가들 “적은 투기자금으로 시장영향 크게 미칠 수도” 우려

재정경제부가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원화 차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 조처를 두고 외환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재경부는 최근 자본거래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의 원화를 차입하거나 100억원 이상의 원화증권(주식·채권)을 발행할 경우 외환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신고만 하면 된다. 이는 환투기 우려로 인해 지난 2001년 외환거래 자유화 조처 때 5년간 유예를 했던 조항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가 헤지펀드들에게 환투기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표적 환투기 기법인 ‘공매’(숏세일)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통화를 차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조처는 헤지펀드에게 그 길을 터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매는 특정 통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할 경우 이 통화를 단기로 차입한 뒤 외환시장에서 이를 팔아(매도 포지션) 추가적인 평가절하를 유도하고, 해당 통화가 크게 하락하면 포지션을 정리해 환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경우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면서 위기에 봉착했지만 타이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환투기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왕윤종 에스케이경영경제연구소 상무는 “이번 조처로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투기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외환시장 규모(하루평균 거래량 80억달러)가 작은 편이어서 환투기 세력이 적은 자금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국제금융)는 “외환보유고가 많기 때문에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할 만큼은 아니겠지만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환율이 자주 출렁거리는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주식 보유비중이 매우 높은 점과 중국 변수 등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원화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주식 투매에 나서면 원화 평가절하폭은 더 커지게 된다. 1998년 홍콩에서처럼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기행위도 우려된다. 또 중국 경제가 대외 개방 과정에서 불안해지거나 위안화 절상폭에 실망한 단기 자본들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갈 경우 우리나라의 원화도 공략당할 수 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효율화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지만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외환거래법에서 허용하는 거래를 은행법 등에서 적절히 규제 △사전 신고뿐만 아니라 사후 거래내역도 보고 △모니터링 및 감독 기능 강화 △금융감독원에 외환거래 조사권 부여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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