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14 16:44
수정 : 2016.11.14 21:50
달러강세 여파로 환율 4거래일 연속 상승
재정지출 확대 등 물가상승 유발 관측
기준금리 인상속도 빨라지고 달러강세 가능성
미 국채금리 급등…우리 국채 10년물 2%대로
트럼프 금리발언 모순투성이…당분간 변동성 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강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에서 1170원대로 올라섰다. 또 미국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우리 국채 금리도 사흘째 급등세(채권값 하락)를 이어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넘어섰다.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일)보다 7.1원(0.61%) 오른(원화 약세) 달러당 117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9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달러는 원화뿐 아니라 엔, 위안, 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선 3년 만기 우리 국채 금리가 전거래일보다 10.2bp(1bp=0.01%포인트) 급등한 1.610%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1월28일 1.618% 이후 최고치다. 이번 상승폭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로 시장이 요동쳤던 2013년 7월1일(11.0bp) 이후 가장 컸다. 이밖에 1년 만기는 4.9bp, 5년 만기는 12.8bp 올랐고, 10년 만기는 12.3bp 오른 2.061%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 당선 여파로 미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데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셈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 달러 강세는 예상을 깬 선거 결과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과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가 달러화에 대비해 점차 약세를 보이면서 해석이 달라졌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으로 미루어볼 때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시장이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해진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 직후 엔화 강세로 달러당 101엔대까지 내려서기도 했으나, 뉴욕 외환시장에서 7일 104엔대로, 14일 새벽 107엔대까지 올라서며 달러 강세로 반전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재정지출 확대나 보호무역 정책 등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여러 경로로 물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인상의 근거 중 하나로 물가를 주요하게 본다. 게다가 물가가 오르면 채권금리 등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역으로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이 일단 금리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 쪽으로 베팅하고 있지만, 당분간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정책에 대한 트럼프 공약과 발언은 모순되는 지점이 워낙 많아서 ‘저금리’와 ‘금리인상’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가 불분명한 까닭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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