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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승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이해성 조폐공사 사장 등이 7일 경산조폐창에서 처음으로 인쇄중인 새 5천원권 지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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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시중 공급
초췌해보였던 율곡 이이 선생이 밝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림의 배경색도 환해졌고 딱딱하던 숫자와 글자도 좀더 부드럽게 바뀌었다. 첨단 위조방지 장치인 홀로그램 기법을 도입해 앞으로는 ‘가짜 율곡’이 나타나지 않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돈 속에 감춰졌던 일제 잔재를 없앴다. 새 5천원권 지폐가 7일 한국조폐공사 경북 경산조폐창에서 첫 인쇄에 들어가 선을 보였다. 한국조폐공사는 새 은행권 인쇄를 위해 지난해부터 모두 1400억원을 들여 경산조폐창 내에 7천여평 규모의 현대화된 공장을 마련했다. 조폐공사 쪽은 이 공장 준공으로 조폐공정이 한 곳으로 통합된다고 밝혔다. 정명국 홍보팀장은 “앞으로 바탕그림 작업(평판인쇄)부터 위조방지 장치 적용, 돌출 부분과 일련번호 인쇄, 낱장으로 자르고 포장하는 과정까지 모든 지폐인쇄 공정이 한 작업장에서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들여온 위조방지 설비도 이 공장의 자랑이다. 새 5천원권부터 적용되는 ‘시변각장치(OVD)’와 ‘광가변 잉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나 색상이 변하는 첨단 홀로그램 방식의 위조방지 기술이다. 새 5천원권은 첨단 위조방지기술 외에도 도안방식에서 일제와 군사문화적 잔재를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일본인이 그렸던 5천원권의 율곡 초상이 국내 디자이너에 의해 다시 그려져 예전보다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1만원권과 1천원권의 세종대왕, 퇴계 이황의 얼굴도 예전엔 영국인과 일본인에서 그려지는 바람에 서구적인 느낌을 주어왔다. 또 화폐 발행자인 ‘한국은행’ 문안을 ‘한국은행 총재’로, 둥근모양의 한은 총재 직인을 사각형 직인으로 바꾸는 등 해방이후 일본 지폐를 그대로 베꼈던 도안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글씨체도 군대의 ‘차트 글자’를 연상시키는 딱딱한 서체를 바꿔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했다. 그러나 새 지폐의 일련번호에 한글이 아닌 영어 알파벳을 넣은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은 “우리 돈의 국제적 위상이 커지면서 위조지폐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해 일련번호에 영어 알파벳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한은은 내년에 선보일 1천원권과 1만원권의 도안도 이런 식으로 바꿔 갈 계획이다. 새 5천원권은 내년 1월부터 시중에 공급된다. 경산/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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