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7 19:26
수정 : 2005.11.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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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상업 합병 ‘악역’ 힘들었다” 40년 금융생활 끝내는 신동혁 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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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경쟁력 ‘대형화’가 해답”
40년 금융생활 끝내는 신동혁 은행연합회장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외환위기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하던 때입니다. 비록 희망퇴직이란 형식을 밟긴 했지만 가족이 달린 수많은 직원들을 내보내야 할 때는 구조조정의 책임자로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난 신동혁(66) 은행연합회장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신 회장은 오는 14일 은행연합회장직을 끝으로 40여년의 금융인 생활을 마감한다.
당시 신 회장은 한일은행장 직무대행으로 1998년 7~12월 상업은행의 배찬병 행장(현 생명보험협회 회장)과 함께 합병 작업을 이끌었다. 합병은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고 이들은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 등 악역을 맡은 셈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1999년 2월 합병은행으로 출범한 ‘우리은행’은 지금 우량은행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당시의 합병 방식에 대해 신 회장은 부정적인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 국민성 등을 볼 때 화학적 융화가 어려운 대등합병은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보기 힘들다”며 “차라리 한 쪽이 우위에 서서 흡수합병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의 태동기였던 1960년대부터 40년 넘게 은행업계의 변화를 지켜본 그는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엘에스(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 하나만 보더라도 상품구조 설계는 외국에서 하고 국내 은행들은 판매만 한 뒤 겨우 수수료 정도만 챙긴다”며 “국내은행들은 외국 선진금융기관에 비해 리스크관리나 신용평가기법 뿐 아니라 파생상품을 설계하는 금융공학 측면에서도 많이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그 해답을 은행 대형화에서 찾았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고급인력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규모의 은행 단위에서는 고급 인력을 유치해봤자 이들이 운용할 만한 시장이 없다”며 “결국 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개인사모펀드(PEF)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지분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정부가 외국인 지분율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개인사모펀드 등 내국인들이 은행 지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은행연합회장직을 마친 뒤 연합회 고문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글 정석구 선임기자, 사진 김진수 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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