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9 18:26
수정 : 2005.11.09 18:26
은행 보험 증권 선점경쟁 불꽃
“도입 초기 시장을 선점하라.”
2010년께 시장 규모가 최대 6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퇴직연금제 시행을 앞두고,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바쁘다. 퇴직연금의 성격상 한번 계약해서 결정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구조여서, 금융권은 시장 선점을 위해 각자의 장점에 대한 홍보와 함께 설명회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먼저 기존 퇴직금 예치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보험권은 기존 시장의 수성과 함께 ‘장기 자산운용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퇴직보험과 퇴직신탁(은행) 등의 형태로 금융권에 예치된 금액은 대략 19조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16조원 정도가 퇴직보험이다. 보험권은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를 지켜내는 한편 퇴직보험 시장을 30년간 판매·운용해온 노하우와 기존 전문인력을 활용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장혁 삼성생명 부장은 “퇴직연금은 장기 보험의 성격이 강한만큼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해본 보험사가 적임자”라며 “이런 경험은 은행권이 따라오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각오도 만만치않다. 예금상품은 물론 투신·보험 등 다양한 운용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지역순회 설명회 등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적립식펀드 등 다양한 시장연동형 상품을 무기로 대기업과 공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시장까지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권은 이미 수많은 기업들과 대출 등을 통해 주거래은행 형태로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어, 시장 선점에 있어 보험사보다 유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명규 국민은행 차장은 “은행의 강점은 무엇보다 자산운용의 안정성과 다양한 상품, 전국적인 점포망”이라며 “전문적인 금융노하우로 고객들에게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후발주자격인 증권업계는 다양한 금융상품 경험과 투자 교육 면에서의 장점을 살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 확정기여형(DC) 시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38개 국내 증권사 가운데 대우, 삼성, 대신 등 13개사가 우선 시장에 뛰어들고, 나머지는 추이를 보아가며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협회쪽은 퇴직연금 시장이 발달된 미국과 일본 등의 경험을 볼 때 확정기여형 제도가 향후 전체 시장의 20%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다.
조성곤 최익림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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