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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4 18:26 수정 : 2017.08.24 19:17

화승엔터프라이즈가 현물출자를 받는 형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단행
쉽게 말하면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공장 넘겨 받고 발행하는 주식 건네준 셈
기존의 베트남 공장 운영하던 화승인더스트리가 인도네시아, 중국법인도 통합 운영
수익성 떨어지는 중국공장, 숙련도가 낮은 인니공장 등이 통합 시너지 낼까

아디다스나 리복 브랜드의 신발을 제조해 판매하는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엔터프라이즈가 21일 주식시장의 장이 마감(오후 3시반)된 이후에 의미있는 공시를 했습니다. 바로 화승엔터프라이즈가 531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새로 발행한 주식들을 화승인더스트리가 매입한다는 내용의 공시였습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이 주식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사들이겠다’(현물출자)고 공시했고, 현물은 화승인더스트리가 보유한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신발공장이었습니다. 이 공시가 나온 이튿날인 22일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각각 전일 대비 3.33%, 5.98% 올랐고, 같은날 네 곳의 증권사에선 이 유상증자를 다룬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나름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받은 유상증자라고 볼 수 있죠. 이 유상증자가 어떤 의미인지, 왜 주식시장은 저렇게 반응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약간 의문스런 대목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입니다. 공시 내용을 보면 ‘제3자 배정대상자’가 화승인더스트리입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표1)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주주구성(자료 : 화승엔터프라이즈 2017년 반기보고서)

보통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증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엔 왜 주주배정 증자가 아니라 제3자 배정 증자일까요. 왜 최대주주가 ‘주주’가 아닌 ‘제3자’ 취급을 받은 걸까요. 그건 누구에게 주식을 발행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주식을 발행하는 방법의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주주배정 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보유한 지분만큼 신주에 대한 인수권을 가지는 발행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주식 100주 발행될 경우 10%의 지분을 가진 기존 주주는 10주를 새로 살 수 있죠.

표2)화승인더스트리가 종속회사인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유상증자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자료 : 화승인더스트리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어떤 특정 대상자에게만 주식을 새로 발행해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333만8856주를 새로 발행해 화승인더스트리에게만 판매하겠다고 공시했기 때문에 이 경우엔 ‘주주배정 증자’ 가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된 것이죠. 참고로 유상증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주주배정 증자와 제3자 배정 이외에 일반인을 상대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공개모집’(줄임말로 공모)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공모를 하는 기업은 대부분 일정한 공시의 의무가 생기고 주식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흔히 기업공개(IPO : Initial Public Offering)라고 하죠.

다시 화승의 사례로 돌아가 유상증자의 기본적인 내용을 보겠습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신주)은 333만8856주이고, 증자 이전에 발행된 주식의 총수는 2692만9479주입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 전체의 12.4% 규모입니다. 주식의 가격(주가)은 ‘기업가치/발행주식수’이므로 기존 주주에겐 유상증자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닙니다. 기업가치가 일정할 경우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면 주가가 떨어지니까요. 다만 유상증자를 통해 확충한 자본으로 확실한 돈벌이가 생긴다면 기업의 가치가 떨어질 일도 없을거고, 기존 주주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겠죠. 화승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공시(표2)에서 ‘4. 자금조달의 목적’을 보면 유상증자한 자금으로 시설이나 운영 등의 자금으로 활용하지 않고, 타법인의 증권을 취득하겠다고 나오고, 금액은 530억8781만원입니다. 이 금액은 신주 발행량(333만8856주)에 신주 발행가액(1만5900원)을 곱해서 나왔죠. 취득할 증권은 모회사 화승인더스트리가 보유한 인도네시아와 중국 법인입니다. 다시 말해 인도네시아 공장과 중국 공장이죠. 거꾸로 화승인더스트리의 입장에선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신주를 사는 행위는 일종의 출자인데요. 이 경우엔 현금이 아닌 자신이 보유한 공장(정확히는 공장을 소유한 법인)으로 출자했기 때문에 ‘현물출자’를 한 것이죠.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신주를 받고서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공장을 넘겼습니다. 증자규모(530억원)는 인도네시아법인의 가치(259억원)와 중국법인의 가치(272억원)을 합한 금액입니다.

표3)화승엔터프라이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내용. 신주 발행가액과 해외법인의 공장 가치를 산정한 ‘현물찰자 가액’ 등이 나와있다. (자료 : 화승인더스트리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증자나 타법인 주식취득 등의 공시를 보면 여러 가치판단이 들어간 숫자를 보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신주 발행가액, 타법인 주식 양수금액 등입니다. 다시 말해 상장회사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새로 발행하는 주식의 가격을 얼마로 매겼느냐와 인도네시아와 중국 공장의 가치를 얼마로 판단했느냐입니다. 이런 가치판단의 근거들도 공시에 다 담겨있지만, 그 설명이 그리 친절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신주 발행가액의 산정근거가 공시에는 ‘이사회결의일 전일을 기산일로 하여 과거 1개월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 1주일간의 가중산수평균주가를 산술평균한 가격과 최근일가중산술평균주가 중 낮은 가격을 기준주가로 하여 회사가 정하는 할인율을 적용하여 산정함’이라고 담겨 있습니다. 한 마디로 “최근 주가를 고려해서 회사가 정했다”는 말입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법인의 가치는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에 첨부된 문서인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서’에 담겨있습니다. 이 의견서는 화승의 의뢰를 받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했습니다.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이 보고서들은 순자산가치(BPS), 순손익가치(EPS) 등을 고려하되 3년 미만의 신설법인의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순자산가치로만 기업가치를 산정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표4)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취득하는 중국 신발공장 운영법인(자료 : 화승엔터프라이즈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표5)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취득하는 인도네시아 신발공장 운영법인(자료 : 화승엔터프라이즈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중국법인의 경우 2016년 연말 기준 순자산(자본총계)이 123억원이었고, 그해 매출액 1447억원, 당기순이익 75억원이었습니다. 2015년말 기준 순자산은 50억원, 그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69억원, 6억원이었죠. 한 해동안 실적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지난해 설립된 인도네시아법인은 공장 가동 첫 해인 2016년 연말 기준 순자산이 297억원이었고, 그해 매출액은 19억원, 당기순손실이 54억원이었습니다. 현재보단 미래 실적이 기대되는 기업이죠. 이를 감안해 인도네시아법인의 실적이 중국법인에 훨씬 못 미치지만, 기업가치는 259억원으로 중국법인(272억원)에 육박합니다.

표6)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취득하는 중국 신발공장 운영법인의 실적. 빨간색 밑줄이 된 단위가 잘못 표기됐다. (자료 : 화승엔터프라이즈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여기서 공시에 잘못 기재된 내용을 하나 지적하면, 화승인더스트리의 ‘타법인주식및출자증권취득결정(자율공시) ’에서 발행회사의 요약 재무상황의 단위가 ‘백만원’으로 나와있는데요. 실은 그냥 ‘원’입니다. 회사가 공시한 단위로 숫자를 읽으면 중국법인의 매출액이 1447억원이 아닌 14경 4700조원이 됩니다. 상상하기도 힘든 숫자죠. 이 기사를 회사의 공시담당자가 본다면, 곧 정정한 보고서를 올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전자공시사이트(다트)에는 최근정정보고서를 조회하는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 단순 실수를 고치는 정정도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기존의 재무제표를 고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정보고서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해외법인을 싸게 사면 매수자(화승엔터프라이즈)에게 좋은 일이고, 비싸게 사면 매도자(화승인더스트리)에게 좋은 일입니다. 또한 이와 별개로 공장을 넘기는 사업결정이 효율성을 높여 두 회사 모두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하겠습니다. 하나금융투자의 이화영 애널리스트는 22일 발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관련 코멘트’ 보고서에서 “화승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총 세개의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메인공장으로 원부자재, 반제품, 완제품 무엇을 생산하든 효율이 안정적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신규 가동 법인으로 낮은 숙련도가, 중국은 높은 인건비가 효율성에 부정적이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반제품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각각 조립만 할 경우, 효율은 높이면서 각 생산기지의 전략적, 지역적 이점을 볼 수 있다. 한 회사로 통합해서 생산기지를 관리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적었습니다. 베트남공장을 운영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도 함께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의미입니다.

주가에 대한 판단은 애널리스트마다 조금 다릅니다. 이화영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로 인한 희석효과를 감안해 목표주가는 기존 2만5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하향한다”면서도 “주 바이어인 아디다스의 2분기 실적호조, 아디다스 그룹 내 (화승의) 생산 점유율 확대 지속,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이 해외 동종업체 대비 높은 매력도 등을 지녀 유증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으로 주가 조정을 받을 경우 저점 매수로 삼을 것을 권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유지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나은채, 이선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 “실적과 성장 전망이 높은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면서 증자 규모를 압도하는 실적 상향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유지했고, 목표주가를 2만4000원으로 유지한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로 인해 EPS(주당순이익)는 12.4% 하락할 수밖에 없으나,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 실적이 동사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하향 이유가 없음.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 기업가치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정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인더로부터 신발 생산법인을 양도받는 과정에서 유상증자 가능성인 높아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음. 엔터 주주들의 지분이 소폭 희석되더라도 추가 납입이 불필요한 금번 제3자 배정 방식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생각됨”이라며 “단기적으로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주가 회복에 주목하며 중장기적으로 화승인더의 투자 매력 역시 돋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단기적으론 두 회사의 주가가 올랐지만, 화승인더스트리가 화승엔터프라이즈에 신발공장을 넘긴 이 유상증자와 현물출자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서정연 애널리스트가 지적했듯, 신발공장의 양도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정된 것이었단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불과 2년 전에 화승인더스트리의 지분 100% 자회사로 설립됐고, 설립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인더스트리가 보유한 베트남 공장을 955억원에 넘겨 받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회사의 핵심 사업을 자회사에 넘겼고, 자회사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 공장을 관리하는 사업을 하게 된 것이죠. 그 자회사가 지난해엔 주식시장에 상장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공개모집을 통해 수혈했습니다. 해외 신발공장은 인더스트리가 중국과 인도네시아, 엔터프라이즈가 베트남을 나눠서 운영하는 상황이었죠. 그렇다면 화승은 왜 베트남 공장을 관리하는 회사를 별도로 차렸을까요. 공시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 있고, 또 이런 의문에 대한 답도 상당 부분 공시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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